작품 소개
“더 해봐요.” “네?” “내 칭찬, 더 해보라고요. 듣고 있으려니까 기분이 좋아지잖아요.” “그리고…….” “더 없어요?” “예뻐요.” 학교에서도, 직장에서도, 어디를 가든 최고라는 인정을 받았던 서형. 최고의 자리를 놓치지 않기 위해, 인정받는 평판을 고수하기 위해 하루를 48시간처럼 쪼개 살았다. 그러던 어느 날, 날벼락이 떨어졌다. 아버지가 재혼을 한다는 것이었다, 그것도 스물두 살짜리 외국인 여자와. 아버지의 재혼은 서형의 인생을 구렁텅이로 몰아넣었다. 약혼자에게 파혼을 당했을 뿐만 아니라 몇 달 후 그가 자신의 친구와 결혼을 한다는 소식에 서형은 무기력함에 빠지게 되었고, 번아웃 증후군이라는 진단을 받게 되었다. 모든 것을 뒤로하고 사촌 언니가 있는 율촌이라는 작은 마을로 내려온 뒤 비로소 서형은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여유를 갖게 되었다. 멀리 있는 행복과 멀리 있는 성공과 멀리 있는 안정감……. 너무 멀리 있는 것들만 좇으며 살다가 정작 가까이에 있는 것들은 살펴볼 여유가 없었던 것이다. 그렇게 차츰 안정을 찾아가던 그녀는 사촌 언니를 통해 동욱을 만나게 되었다. 동욱은 그녀가 율촌에서 처음 만난 ‘서울 사람’이었다. [본문 내용 중에서] “오빠한테 얘기했어요.” “무슨 얘기요?” “만날까 말까 생각 중인 사람하고 같이 서울에 올라왔다고요.” 놀랄 줄 알았던 동욱이 피식 웃자 서형은 긴장이 풀렸다. 그가 뚜껑을 딴 캔을 서형에게 건넸다. “말까는 뭐예요, 실망스럽게.” “만날래요, 그럼?” “내가 서형 씨 좋아한다는 얘기, 안 했나요?” 동욱을 보는 그녀의 눈이 초승달처럼 휘었다. “지금 하려고요?” “네, 지금 하려고요.” “이렇게 근사한 곳에서 그런 말을 들으면 평생 못 잊겠는데요.” “나한테 서형 씨는 늘 그 자리에 있는 사람이었어요. 무율의 문을 열고 들어서면 늘 서형 씨가 있으니까. 그런데 좋아한다는 말을 하면 달아날 것 같았어요.” 아마도 그랬을 것이다, 사람에 대한 상처로 너덜너덜해진 가슴을 감당하지 못한 채. 동욱이 하던 말을 계속했다. “가깝게 지내자는 말을 하는 것도 조심스러웠어요. 그래서 천천히 기다려 보기로 했어요.” “내가 신발 얘기 했어요?” “신발이요?” “나는 신발에 대한 강박이 있어요. 아니, 있었어요.” 서형은 자신이 유독 신발코에 대한 강박이 있었다는 사실을 털어놨다. 자신뿐 아니라 상대방에 대해서도 그랬다는 걸. 묵묵히 그녀가 하는 말을 듣고 있던 동욱이 벗어 둔 신발을 쳐다봤다. 그런 동욱에게 그녀가 말했다. “오늘 처음으로 깨달았어요.” “뭘요?” “내가 그동안 동욱 씨 신발을 한 번도 안 쳐다봤다는 걸. 아까 낮에 카페에서 전 남친을 만났는데, 나도 모르게 구두코를 쳐다보고 있더라고요. 멀쩡하게 잘 살고 있네, 하면서요. 그러다가 내가 신고 있는 운동화를 쳐다보게 됐어요. 율촌에서 지낸 뒤로 내가 신고 있는 신발코가 어떤 모습인지 개의치 않았던 것 같아요.” “내 신발코, 보여 줄까요?” 서형은 그의 여유 있는 농담에 웃음을 터뜨렸다. “동욱 씨가 어떤 신발을 신고 있든 상관없어요. 설령 발가락이 뻥 뚫린 운동화를 신고 있다고 해도, 나는 최동욱 씨가 어떤 사람인지 알고 있으니까요.” 그는 맥주 캔을 내려놓는 서형의 손을 조심스럽게 잡았다. 멋쩍어진 그녀가 놀리듯 물었다. “떨어요?” “내가요?” “손이 덜덜 떨리는 것 같은데요.” “서형 씨 눈동자가 떨리는 거예요.”
작품 정보
〈봄비가 오네요〉는 에델 작가의 로맨스 웹소설이다.
리디·네이버시리즈·미스터블루에서 볼 수 있는 완결작이며 출판사는 더로맨틱이다.
최근 7일(10/21~10/27) 조회수는 미스터블루 8 늘어 누적 474였다.
평점은 리디 4.6점(23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