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소개
지독하게도 외롭던 영혼이 저보다 더 외로운 영혼을 만났다. 사랑하기 위해, 행복하기 위해. “나한테 호텔 2046호는 갇히고 싶은 그런 공간이었어요.” “갇히고 싶다고요?” “잠시 세상을 유배시킨 두 사람이 퍽 인상적이었어요.” “그러니까 그 두 사람이 세상을 유배시킨 거다?” “그럴듯하지 않아요?” “그럴듯하네요.” 10년 전, 참혹한 사건을 겪으며 사람을 믿지 못하게 된 예성과 불우했던 어린 시절의 기억으로 행복해지고 싶다는 생각조차 하지 못하는 선호. 두 사람은 우연히 카페 ‘Thy 2046’에서 서로에게 닮은 잔상을 발견하게 되고, 낯선 타인에서 ‘아는 사람’이 되면서 평범하지 않은 서로의 삶을 알게 되는데……. [본문 내용 중에서] “커다란 기둥을 보는 순간 생각했어요. 저 뒤에 무언가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 선호가 담담한 말투로 물었다. “생각하던 게 있던가요?” “낡은 벽지, 어둑한 불빛, 해묵은 테이블과 의자들…… 내 기억 속에만 있는 줄 알았던 것들이 이곳에 있더라고요. 반가웠어요.” 예성은 그의 입가에 씁쓸하게 떠오르다 사라지는 미소를 봤다. “영화, 좋아하나 봐요?” 선호의 말에 그녀가 고개를 저었다. “한때 미친 듯이 보던 때가 있었어요.” 미치지 않으려면 뭐라도 해야만 했었으니까요. 그는 저도 모르게 예성에게 말했다. “내게도 그런 때가 있었던 것 같네요.” “내가 생각하는 그 2046이 맞는 거죠?” “그래서 거의 매일 여기에 와서 글을 썼던 거예요?” “글을 쓴 건 아니지만 비슷한 일을 하기는 했어요. 앉을래요?” 선호는 괜찮다고 말하는 대신 예성을 마주 보고 앉았다. “구선호예요.” “계산대에 둔 명함에서 봤어요. 전예성이에요.” “카페 문을 연 지 4년 됐어요. 4년 동안 그 2046에 대해 얘기한 사람은 전예성 씨가 처음이에요.” “정말이요?” 예성이 어떻게 그럴 수가 있느냐는 표정으로 그를 봤다. “모든 사람이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지는 않으니까요. 영화 2046에 대해 얘기한 사람은 더러 있었어요. 내게 왕가위 감독의 팬이냐고 물은 이들도 꽤 있었고.” “디(Thy) 2046이잖아요.” 선호가 피식 웃었다. “모두가 나하고 같진 않다고 얘기했잖아요. 남의 말, 귀담아 안 듣는 타입이에요?” “안 들은 건 아니에요. 내가 생각한 비의 수준과 구선호 사장님이 맞은 비가 달랐던 거죠.” “그럴 수도 있겠네요. 나는 내가 맞은 비를 얘기한 건데, 전예성 손님이 가방을 챙기기에 참 이상한 사람도 다 있구나, 생각했어요. 차는 어디에 주차했어요?” “카페에 올 때는 차 안 가지고 다녀요.” 차를 갖고 나왔다고 해도 모든 것이 유실된 것 같은 길을 운전할 자신은 없었다. 예성은 스멀스멀 제게로 달려들 것 같은 기억들을 애써 털어냈다. 부자연스러울 정도로 밝은 목소리로 그녀가 물었다. “비가 이렇게 오는데 카페 영업 끝낼 거죠?” “끝난 거죠.” “그럼 라면 한 그릇만 나한테 팔래요?”
작품 정보
〈Thy 2046〉은 복희씨 작가의 로맨스 웹소설이다.
리디·미스터블루·네이버시리즈에서 볼 수 있는 완결작이며 출판사는 더로맨틱이다.
최근 7일(10/21~10/27) 조회수는 미스터블루 6 늘어 누적 457이었다.
평점은 리디 4.8점(25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