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소개
“우리, 사귄 것보다 헤어져 지낸 시간이 훨씬 더 길어요.” “그 7년 동안 매 순간 실감했어, 내가 사랑할 수 있는 여자는 한 사람밖에 없다는 걸.” “…….” “기억도 길 같아서 어떤 기억들은 모퉁이를 돌기도 하잖아. 내 기억의 모든 모퉁이에는 은혜, 너밖에 없었어.” 의붓언니 현주의 악랄한 거짓말로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져야 했던 은혜. 그러나 은혜에게 명헌은 오래전에 사랑했던 사람이 아니었다. 단 한순간도 잊은 적 없는, 여전히 사랑하는 사람이었다. 사랑을 잃었던 적은 없었다. 사랑할 시간을 잃었던 것뿐이다. 먼 길을 돌고 돌아 이제야 만난 두 사람, 아픔과 그리움으로 점철된 긴 터널을 지나온 명헌과 은혜는 다짐한다, 이제 두 사람만의, 우리의 ‘오늘’을 살아가겠다고. [본문 내용 중에서] 몇 걸음쯤 걸었을까. 명헌이 은혜를 보며 말했다. “참아 보려고 했는데 쉽지 않네.” 은혜의 걸음이 느려졌다. 심장이 터질 것처럼 조여들었다. “뭘 참아요?” “이러면 안 된다는 걸 아는데…… 내가 왜 이렇게 한심한지 모르겠다.” 은혜는 쏟아지던 눈이 별안간 소용돌이를 일으키기라도 한 것처럼 하얀 현기증이 이는 걸 느꼈다. 걸음을 멈춘 그녀는 마지막으로 명헌을 만났던 날, 끝내 하지 못했던 말을 꺼냈다. “오빠도…… 나 좋아해요?” 그녀는 자신을 바라보는 명헌의 눈동자가 고통으로 일그러지는 걸 봤다. 중국집 구석진 방에서 그에게 느꼈었던 서운한 감정이 생생하게 되살아났다. “왜 대답을 못해요?” 명헌은 두 눈을 감았다. 견디려 할수록 커지던 그리움은 차라리 고통에 가까웠다. 1년이 넘는 시간을 그 고통 속에서 살아온 명헌은 물끄러미 자신을 바라보는 은혜의 손을 잡았다. 북받치는 감정을 절제하며 그가 뚝뚝 끊어 말했다. “보고 싶어서, 더는, 못 참겠더라.” “!” “널 많이 좋아해.” 그를 올려다보는 은혜의 두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고였다. “그걸 왜 이제 말하는데…… 언니하고 뭐가 있는 것처럼 그래 놓고…….” “아무것도 없어.” “그런데 왜 그랬어요? 묻지 말라면서요, 말하고 싶지 않다면서요.” “네 언니라서 그랬어.” “다시 말해 볼래요?” “안현주가 어떤 사람인지 들었지만 나하고는 상관없는 일이었어. 네가 안현주의 동생이라는 얘기를 듣기 전까지는.” 은혜는 범종이 울리는 것 같은 소리를 들었다. 세상을 뒤흔드는 굉음이 귓가를 울리더니 이내 심장을 흔들어댔다. 셀 수 없이 빠르게 뛰는 심장 박동이 그녀의 두 눈을 감게 했다. 명헌은 눈을 감은 채 두 손을 가슴에 얹는 은혜를 조심스럽게 끌어안았다. 무너지듯 은혜가 그의 가슴에 안겼다. 터질 것 같은 심장이 서로에게 닿는 순간, 은혜와 명헌은 달려드는 눈발처럼 서로의 입술을 찾았다.
작품 정보
〈기억의 모퉁이를 돌면〉은 에델 작가의 로맨스 웹소설이다.
리디·네이버시리즈에서 볼 수 있는 완결작이며 출판사는 더로맨틱이다.
평점은 리디 4.3점(10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