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소개
“내가 그날 만난 건 너였으니 난 부모님의 뜻에 따라 널 계속 만나 볼 예정이야.” “아니요, 저기, 그게…… 그날 말씀드렸잖아요, 전 대타였다고.” “알아. 그렇지만 네가 내 상대였어, 처음부터.” 그저 스치는 인연이라 생각했다. 아니, 그냥 가슴속 저 깊은 곳에 남아 있는 죄책감과 호기심의 잔재일 뿐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오랜 시간이 흘러도 여전히 그 아이의 맑은 웃음이, 상처 입은 표정이 잊히지 않고 가슴속에 앙금처럼 남아 그를 괴롭힌다. 그 마음이 무엇인지 외면해 왔던 정후는, 우연히 선 자리에서 대타로 나온 유하를 만난 순간 깨닫게 되었다. 그녀와 그는 운명으로 묶여 있다는 걸. 더 이상 자신의 마음을 외면할 수 없다는 걸. 만나면 만날수록 더욱더 빠질 수밖에 없는 유하에게 그냥, 직진하기로 결심한다. [본문 내용 중에서] “남자를 만나 본 적은 없나, 그동안?” “음…… 좋다고 했던 선배는 있었는데 제가 안 끌려서요.” “집에서는 남친을 만들어도 상관없는 상황이고?” “글쎄요, 만들어 본 적이 없어서. 헤헤.” “그게…… 이유의 전부인가?” “……음, 어…… 남자에 대해 조금 안 좋은 기억도 있고…….” “무슨 일…… 인지는 물어도 대답 안 하겠지?” “그냥, 뭐 지금 말로는 성추행? 끝까지는 안 갔다는 걸 다행으로 여겨야 하나.” 술에 취했는지 유하는 지금껏 감춰 왔던 얘기가 술술 나와 버렸다. “충격이 컸겠군.” “너무 힘들었는데, 정말 힘들었는데…… 괴로워해도, 힘들어 해도 어차피 바뀌는 건 없더라고요. 내가 그 사람들한테 사과를 받을 입장도 아니었고. 그나마 사장님이 이런저런 치료를 받게 해줘서 많이 나아졌어요.” 다시 한 번 죄인이 된 듯하다. 그날, 자신이 막았으면 벌어지지 않았을 수도 있었을 그 일이. 이런 아이한테 성욕을 느끼는 자신이 개 같다. 하지만 어처구니없게도 자신이 그 기억을 지워 줄 수 있을 것 같다는 자신감도 생긴다. “그래서 치료받은 이후엔 남자를 사귈 수 있었나?” “아뇨. 사실 같은 보육원에서 지냈던 오빠가 진지하게 그런 마음을 표하긴 했는데……. 상처는 희미해졌지만 아직은 자신 없네요, 연애가. 그리고 남자가. 헤헤.” 이제 도박을 할 차례다. 정후는 주사위를 던졌다. “……외박도 해본 적 없고?” “…….” “내가 오늘 들어가지 말라고 하면, 누구에게 외박을 허락받아야 하는 거지?” “……제가 왜 외박을 해야 하는데요?” “내가 너랑 같이 있고 싶으니깐.”
작품 정보
〈그냥, 직진〉은 율하 작가의 로맨스 웹소설이다.
미스터블루에서 볼 수 있는 완결작이며 출판사는 더로맨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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