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소개
“거래를 해. 할아버지가 말한 1년, 딱 1년만 내 곁에 있어. 네 친정 지키고, 최고급 의료진 붙여서 몸 고쳐. 그리고 1년 뒤에…… 그때도 내가 끔찍하면, 깨끗하게 보내 줄게.” “…….” “대신 기회를 줘, 네 마음을 돌릴 기회. 1년 안에, 내가 네 마음 돌려놓을게.” “……미쳤구나, 진짜.” “어, 미쳤어. 그러니까 기회를 줘.” “……각서 써. 1년 뒤엔, 무조건 이혼이야. 토 달지 마.” 결혼 후, 첫날밤도 보내지 않고 해외로 떠나 버린 남편. 너무나 사랑했기에 기다림은 고통이었고, 버림받은 충격은 서령의 모든 것을 앗아 가버렸다. 먹는 것도, 자는 것도, 그 무엇도 할 수가 없었다. 오죽 끔찍했으면 결혼 첫날밤에 버림을 받았겠냐며 수군대는 사람들과 차가운 시어머니의 모진 냉대 속에서 서령은 그렇게 시든 꽃처럼 말라비틀어져 갔다. 그리고 2년 후,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돌아온 남편 진우에게 몸도, 마음도 병든 그녀는 이혼 합의서를 내민다. 그런데 이 남자, 웃기지도 않는다. 떠날 때는 언제고, 이제 와 헤어지지 못하겠단다. 자신으로 인해 병들었으니, 자신이 고치겠단다. 얼토당토않은 제안에 그녀는 콧방귀를 뀌지만, 친정의 사업을 볼모로 잡는 진우의 할아버지이자 담원 그룹의 실세 박 회장의 협박에 결국 그녀는 이혼 유예 기간 1년을 갖게 되는데……. [본문 내용 중에서] “한 입만.” 그가 숟가락을 집어 들었다. 손끝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딱 한 입만 먹자, 응? 먹고 토해도 되니까, 일단 삼키기라도 해.” “치워.” “제발. 너 이러다 진짜 쓰러져. 나 미치는 꼴 보고 싶어서 그래?” “그래.” 서령이 고개를 돌려 진우를 내려다보았다. “당신 미치는 꼴, 보고 싶어.” 헝클어진 머리카락 사이로 드러난 눈동자가 마치 오래된 늪처럼 탁하고 깊었다. “내가 말라 죽어 갈 때 당신은 샴페인 마셨잖아. 파티를 열고, 웃고, 떠들었잖아.” 그녀의 입술이 비틀렸다. 메마른 입술 껍질이 터져 핏방울이 맺혔지만, 그녀는 통증조차 느끼지 못하는 듯했다. “그때 나는 뭘 삼키고 있었는지 알아?” “…….” “수면제, 그리고 맹물.” 서령의 목소리가 낮게 긁혀 나왔다. “밥알을 씹으면 모래를 삼키는 것 같았어. 위장은 텅 비어 있는데, 목구멍이 꽉 막혀서 물 한 모금도 비리더라고. 그런데도 억지로 쑤셔 넣었어. 혹시라도…… 혹시라도 당신한테서 전화가 올까 봐.” 그녀가 앙상한 손가락을 들어 자신의 목을 툭툭 쳤다. “전화벨 소리 놓칠까 봐 잠도 못 잤어. 일주일 동안 사람 목소리를 한 번도 못 들어서, 내 목소리가 어떻게 나오는지 잊어버릴 정도로 이 집은 조용했어. 그 적막이……, 사람을 어떻게 미치게 만드는지 당신은 상상도 못하겠지.” “……서령아.” “벽지가 꿈틀거리는 것 같았어. 천장이 내려앉아서 나를 짓누르는 것 같았고. 너무 무서워서 비명을 지르고 싶은데 소리가 안 나와, 혀가 굳어서.” 서령의 눈가에 기어이 물기가 맺혔다. 하지만 그것은 슬픔의 눈물이 아니었다. 뼛속까지 사무친 원망의 결정체였다. “크리스마스에도, 내 생일에도, 당신이 승진했다는 뉴스가 나오던 날에도, 나는 변기통을 붙잡고 위액을 토했어. 너무 외로워서……, 차라리 죽어서 당신한테 평생 지워지지 않는 오점이 되고 싶었어.” 그녀가 진우의 얼굴을 향해 몸을 숙였다. 죽은 사람처럼 창백한 얼굴이 그의 코앞까지 다가왔다. “그런데, 이제 와서 전복죽? 영양 섭취?” 그녀가 코웃음을 쳤다. “역겨워. 당신의 뒤늦은 친절이, 썩은 음식 냄새보다 더 구역질 난다고.”
작품 정보
〈이혼 유예 1년〉은 려희 작가의 로맨스 웹소설이다.
리디·네이버시리즈·미스터블루에서 볼 수 있는 완결작이며 출판사는 더로맨틱이다.
연재 시작은 리디 2026년 3월 16일이다.
최근 7일(10/21~10/27) 조회수는 미스터블루 5 늘어 누적 656이었다.
평점은 리디 4.1점(9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