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소개
이 댁에 구석진 곳, 마구간에는 바깥별당 애기씨의 벗이 있었다. 그이는 개화의 바람이 부는 이 나라에 왔다가 끌려온 푸른 눈의 백정이었다. 한이 많은 바깥별당 애기씨 서희가 마구간에 가서 받은 설움을 풀면, 말이 없는 그이가 위로하는 것만 같아서 좋았다. 누구에게도 빼앗길 수 없는 유일한 벗이었다. 오묘한 푸른 눈을 가진 그에게 자꾸만 빠져들었다. 소중한 벗이니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들어주려는 데, 그이가 원한 것은 상상도 하지 못한 것이었다. “애기씨는 몸이 달아. 냄새만 맡아도 그래.” “그, 그건…‥.” 낯부끄러운 그이의 칭찬에 무슨 말을 꺼내 보기도 전에 기다란 손끝에서 단번에 남은 천들이 벗겨졌다. 그 몸짓이 얼마나 산뜻했는지, 어둑하게 방을 비추던 호롱불이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다. 여종들이 모여서 비밀스럽게 하는 이야기를 엿들을 땐, 이런 일은 남사스럽고 부끄럽기 때문에 캄캄한 한밤중에 어둠에서 치러진다던데. 그이는 기어이 호롱불을 켜고 내 모든 것을 보려 했다. 아주 끈질긴 눈빛이 살갗으로 질척이며 붙는 기분이었다. 그런 생각에 잠시 정신이 팔려있는 동안, 단단한 몸이 그대로 나를 덮쳤다.
작품 정보
〈푸른 눈, 백정〉은 청기 작가의 로맨스 웹소설이다.
리디·네이버시리즈·조아라에서 볼 수 있는 완결작이며 출판사는 에오스다.
평점은 리디 4.4점(32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