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소개
재개발 오삼팔 동네의 허물어가는 폐가에서 우연히 마주한 두 사람. 할아버지가 남긴 비밀번호를 찾기 위해 이곳에 온 서광건설 본부장 은현과 한 달 전 사라진 엄마를 찾기 위해 이곳에 온 가현. ‘제가 도와드릴게요.’ 어이가 없었다. 누가 누굴. 그녀를 빤히 바라보던 은현이 비릿하게 미소 지었다. 차가운 조소를 담은 입매와 다르게 여자의 간절함이 싫지 않았다. 여자의 말캉한 입술도, 뜨거운 숨결도, 은현을 바라볼 때마다 촉촉하게 빛나는 눈동자도. 은현의 더러운 속을 알리 없는 말간 여자를 볼 때마다 뒷목이 저릿거렸다. 살면서 한 번도 겪어 보지 못한 감각이었다. ‘공가현.’ 마치 모래알처럼 흩어지는 이름에 은현이 커다란 손을 꽉 쥐었다. 집착이 커질수록, 욕망이 커질수록 미칠듯한 갈증이 부피를 키웠다. “저… 다음 주에 나가요.” 순간 커프스 소매를 풀던 은현의 손이 멈췄다. 다른 건 몰라도 나간다는 말은 은현의 예상에 없었다. 마음과는 달리 동요하지 않은 얼굴로 은현이 가현을 바라봤다. “나가…?” “네. 어제 들렀던 부동산 사장님께 연락이 와서요. 마침 좋은 집이 나왔다고 해서.. 지금까지 편안하게 지낼 수 있도록 배려해 주셔서 감사드려요.” 은현의 속마음을 알 리 없는 가현이 두 손을 모으고는 말을 이었다. “은혜도 갚았으니…. 더는 제가 여기 남아 있을 이유가 없기도 하고요.” 사실 그녀의 말이 맞았다. 은혜 운운하며 옆에 둔 건 은현이었으니까. 이제 와 여기 남을 이유는 없었다. 어젯밤에 그녀는 은혜를 갚았다. 할 도리를 했다. 깔끔하게 내보낼 수 있는 상황인데. 왜 이렇게 화가 나지? 멈췄던 손을 움직여 커프스를 마저 풀었다. 헐렁해진 소매로 넥타이를 끌어 푸는 은현의 턱이 꿈틀거렸다. 그의 손길이 점점 사나워졌다. “은혜를… 다 갚았다고.” 낮게 읊조리는 음성이 짐승의 것처럼 음산했다. “하….” 풀어 헤친 셔츠 사이로 보기 좋게 자리 잡은 근육이 드러났다. “그게… 어제 그렇게 말씀하셨으니까요….” 가현은 얼른 시선을 내렸다. 그녀가 나가 준다는 말에 왜 화를 내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제가 한 번이라고 했습니까.” “예…?” 깜짝 놀란 가현의 눈이 놀란 토끼처럼 커졌다. “그건 아니지만….” 딱히 정하지 않았다. 어느새 가까이 다가온 남자의 시선에 온몸이 오싹거렸다. 그대로 자신을 집어삼킬 것 같은 집요한 시선에 가현은 머리가 어질거렸다. “그럼, 됐네.”
작품 정보
〈빈집〉은 반민초 작가의 로맨스 웹소설이다.
리디·미스터블루에서 볼 수 있는 완결작이며 출판사는 블레슈다.
최근 7일(10/21~10/27) 조회수는 미스터블루 12 늘어 누적 514였다.
평점은 리디 3.9점(18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