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소개
항상 청시해에게 있어서 사생이라는 것은 지긋지긋한 부엌 때의 눌어붙은 자국 같은 것이었다. 다 타버린 냄비 밑에 눌어붙은 거무스름한 흔적처럼, 지워지지도 않고 제대로 닦이지 않는 오점. "그러면 충분히 알아들었으리라고 믿어. 공식적인 루트로 팬덤 통해서 선물 보내는 건 상관없어. 그치만 앞으로 숙소 앞까지 찾아오고 계속 쫓아다니면 너, 고소할 거야. 나를 경찰서 안에서 보고 싶지 않으면 더 이상은 나 쫓아다니지 않았으면 좋겠어. 너와 나는, 나는 연예인 남돌이고, 너는 사생이니까, 이런 선을 긋는 정도는 네가 이해해야 해. 나도, 사람이니까. 내 사생활을 침해당하는 건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어." "...알겠... 알겠... 어요... 네...." 그러나 눈앞에서 만나 아주 오래된 사생팬은 달랐다. 농색 눈동자에 그렁그렁 눈물을 달고 있는 제 오래된 사생은 제 말에 겁을 먹었고, 풀이 죽었다. 방울방울 흘러내리는 눈물을 닦아주고 싶은 여자는 그게 처음이어서 청시해는 속으로는 퍽 당황했다. 겉으로는 까칠했지만. 그래서 이런 말을 남기고 되돌아섰다. "그래. 알아들었으면 얼른 들어가. 날씨 춥다. ...감기 걸리지 말고." 되돌아가는 청시해의 모습은 단정하고 매몰찼다. 그걸 보며 울고 있는 사생 순희예의 마음은 무척이나 아프고 저릿했지만.... 그것뿐인 걸로 알았다. 하지만. "...도망가야 해요." 그 말에 정신이 퍼뜩 든 시해였다. 술에 취해 떡이 된 신체가 초인적인 힘을 낸 것은 그 순간이었다. 제가 픽했던 암컷을 만난 순간부터 시해는 그런 힘이 났던 것 같았다. 제가 생각해서 웃기고 미친 것 같은 상황이었다. 그러나 저는, 그러한 상황이었다. 시해는 눈앞의 이 암컷만 만나면 저답지 않은 행동을 했다. "저, 경찰차 사이렌 소리는 유x브 소리예요. 그러니까, 얼른, 얼른 도망가야 해요. 안전한 곳으로, 무지, 안전한 곳으로!" 취기에 취한 몸을 억지로 일으켜 세우면서, 시해는 그 암컷을 와락 껴안았다. 이 따스한 몸을 한번은 끌어안고 싶어서 견딜 수가 없었다. 자신도 죽을 위험이 있는데도 눈앞의 이 암컷은, 희예는 그걸 각오하고서라도 시해를 구출해 낸 것이었다. 경찰도, 지금 여기에 없는 팬들도 해낼 수 없는 그러한 기적을 이 오래된 사생팬 한 사람만이 이룩해 낸 것이었다. "가자." "네!" 시해는 속에서 울렁거리는 구역질 나는 것을 참아내면서 달리기 시작했다. 뒤에서 어느 순간부터 살인마가 돌아와서 쫓아올 것 같았지만, 제 커다란 손을 잡고 달리는 희예와 같이 손깍지를 끼고 있자니, 보고 있자니 도저히 발걸음을 멈출 수 없었다. 타다다다다닥. 빠른 소리가 인적 하나 없는 싸늘한 보도 위를 울렸다. 그리고, 그 희미하게 작게 들리는 소리가, 유난히도 고요해진 침묵 속에서 도망치던 살인마의 걸음이 슬슬 멎기 시작한 건 그 순간이었다. 더 이상 울리지 않는 경찰차의 사이렌 소리. 식칼을 쥔 손이, 분노한 듯 바르르 떨리며 콱 손잡이를 움켜쥐었다. 삼백안의 흰자위에 핏줄이 번져나가고 여자 살인마는 괴성을 지르며 돌아온 곳을 돌아가서 빠르게 튀어 나가기 시작했다. 그 어느 누구도, 집 안에 숨어있는 그 어떤 사람도 공포를 느낄 수밖에 없는, 기괴한. 미친 것 같은 기괴망칙한 괴성이었다. 죽음을 보는 누구에게라도. 선사할 것만 같은. 그러, 한.
작품 정보
〈오늘부터 사생(아내) 1호입니다〉는 세르비11 작가의 로맨스 웹소설이다.
리디·네이버시리즈·카카오페이지·미스터블루·원스토리에서 볼 수 있는 완결작이며 출판사는 리그미디어다.
연재 시작은 리디 2026년 5월 8일이다.
최근 7일(10/21~10/27) 조회수는 미스터블루 3 늘어 누적 150이었다.
평점은 리디 3.7점(6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