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소개
인생에서 가장 지우고 싶었던 이름, 강세희. 예쁜 이름이라 여자인 줄 알았다. 그런데 회의실 문을 열고 들어온 건, 열여섯 살의 이윤설을 울렸던 바로 그 남자였다. “오랜만이다, 이윤설.” 검은 슈트 차림의 그는 더 커졌고, 더 잘생겨졌고, 더 뻔뻔해졌다. 그리고 여전히 사람 속을 헤집는 데 능했다. 윤설은 그를 미워했다. 아니, 미워한다고 믿었다. 그런데 그가 가까이 올수록 오래된 기억은 흔들리고, 닫아 두었던 상처는 다시 벌어지고, 그의 눈빛은 자꾸만 위험한 온도로 윤설을 붙잡는다. “싫으면 밀어내.” “…….” “안 밀어내면, 나 좋게 착각한다.” 최악의 악연. 가장 위험한 재회. 그리고 다시 시작된, 아주 개 같은 사랑. 개새끼가 돌아왔다. [본문 내용 중에서] “오랜만이다, 이윤설.” 낮고 깊게 울리는 남자의 목소리가 회의실의 차가운 공기를 가르고 윤설의 고막에 꽂혔다. 순간, 서늘하게 얼어붙어 있던 회의실의 기류가 기묘한 방향으로 뒤틀렸다. 상석에 앉은 세온 파트너스의 이사가 첫인사도 생략한 채, 오직 이윤설 한 사람에게만 시선을 고정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숨을 죽인 채 남자의 입만 바라보고 있던 이음 스튜디오 팀원들의 얼굴에 당혹감이 섞인 물음표가 떠올랐다. “어……, 강 이사님? 저희 이윤설 대리랑 혹시……, 아시는 사이십니까?” 정적을 깬 것은 눈치를 보던 팀장의 조심스러운 물음이었다. 팀장의 동공은 여유롭게 턱을 괸 강세희와 사색이 되어 숨조차 쉬지 못하는 윤설 사이를 허둥지둥 오가고 있었다. 강세희는 윤설의 하얗게 질린 얼굴에서 집요한 시선을 거두지 않은 채 긴 손가락으로 테이블 면을 느릿하게 톡, 두드렸다. “네, 아주 잘 아는 사이죠.” 그의 입술 끝이 비스듬한 호선을 그리며 말려 올라갔다. “중학교 동창이거든요, 우리가.” 그 무심하고도 나른한 한마디가 테이블 한가운데로 떨어지는 순간. “네? 도, 동창이요?” “세상에, 이 대리님 중학교 동창이시라고요?” 팀장과 옆자리에 앉은 후배의 입에서 동시에 헉, 하는 과장된 숨소리와 함께 경악에 찬 탄성이 터져 나왔다. 까다롭고 무자비하기로 소문난 거대 투자사의 임원과 자사 기획팀 대리가 동창이라니. 팀원들의 눈빛은 일순간 당혹감에서 경이로움으로 급격히 변색되었다. 팀장은 당장이라도 쾌재를 부를 듯 화색이 돈 얼굴로 윤설을 향해 핀잔 섞인 미소를 던졌다. “아니, 이 대리! 이런 엄청난 인맥이 있었으면 진작 귀띔을 했어야지!” 윤설의 동공이 갈 곳을 잃고 잘게 흔들렸다. 테이블 아래에 둔 두 다리가 덜덜 떨렸다. 동창. 저 평범하고도 얄팍한 두 글자 아래, 얼마나 끔찍하고 악질적인 악연이 진흙탕처럼 고여 있는지 아는 것은 오직 그녀뿐이었다. 강세희는 동창이라는 가장 합법적이고 완벽한 포장지를 뒤집어쓴 채, 타인들의 호들갑스러운 환대 속에서 당당하게 윤설의 영역을 침범하고 있었다. 머릿속이 새하얗게 탈색되며 단 하나의 문장만이 남았다. ‘왜 너야? 왜 너냐고!’ 주변의 쏟아지는 시선 따위는 철저히 무시한 채 천천히 의자 등받이에 몸을 기대며 자신을 향해 짙고 가증스러운 미소를 흘리는 남자를 보며, 윤설은 속으로 비명을 질렀다. ‘저 개새끼.’
작품 정보
〈개, 자식이 돌아왔다〉는 브리즈 작가의 로맨스 웹소설이다.
원스토리·미스터블루에서 볼 수 있는 완결작이며 출판사는 더로맨틱이다.
최근 7일(10/21~10/27) 조회수는 미스터블루 51 늘어 누적 841이었다.
평점은 원스토리 4.0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