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소개
준은 드물게 당황했다. 사절단의 제일 상석에 앉는 자작이 자신을 옆으로 부르다니. 애초에 자신 같은 말단은 이 만찬에 들어오는 것 자체가 이상한 일이었다. 그런데 맨 끝자리도 아닌 상석 바로 옆이라니. 자작의 기세에 준은 어쩔 수 없이 민망함에 고개를 숙이며 자작의 옆으로 갔다. 다른 이들의 눈치를 슬쩍 보는 데 의외로 준에게 보내는 악의적인 눈길은 하나도 없었다. 오히려 준에게 측은한 눈빛이나 감사의 눈빛을 보내는 이들이 대다수였다. 아니, 이거 뭔가 이상한데? “황제폐하 납시오!” 불편한 자리에 뒤척이는 데 시종의 큰 목소리가 장내에 울려퍼졌다. 모두들 자리에서 일어나 황제를 맞이했다. “끄응.” 옆의 자작의 신음 소리에 고개를 슬쩍 내리고 있던 준이 황제 쪽을 바라봤다. “!” 꼴사나운 신음소리를 내지 않아서 천만다행이었다. 황제라니, 저 사람이 말인가? 황제의 등장에 모두들 똥 씹은 표정이었다. 준의 얼굴도 별반 다르지는 않았다. 그저 남들보다 티를 내지 않아서 그렇지. “모두들 자리에 앉지.” 황제의 말에 모두들 앉기 싫은 자리에 억지로 엉덩이를 붙였다. 준은 황제를 평가할 수 있는 단 한마디의 단어를 손쉽게 찾아낼 수 있었다. 느.끼.해. “하하, 짐의 아름다움을 더욱 돋보이게 하기 위한 치장에 시간이 좀 걸렸소.” 그래, 시간이 걸린 티가 나네. 준은 속으로 이죽거렸다. 황제의 몰골은 끔찍했다. 그 잘난 금발을 자랑이라도 하듯 허리까지 내려놓고 기름칠을 했는지 번들거리며 실내의 모든 빛을 반사시키는 듯 했다. 얼굴에는 분을 떡칠했는지 하얗기 짝이 없고 입술은 쥐새끼 잡아먹은 꼬라지였다. 사창가의 창녀들도 저렇게는 화장을 안 하겠다! 게다가 목소리까지 느글느글할 정도였다. 흡사 기름 한바가지 들이킨 기분이었다. “과연 아름……다우시옵니다.” 자작은 올라올 것 같은 속을 진정시키며 사신으로써 본분을 다했다. 황제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왕이 자신을 직접 지목해 보낸 게 아니던가. 혼자는 무리인지라 옆의 준을 억지로 끌고 오긴 했지만. “당연한 것을. 이 세상에 짐보다 더 아름다운 이는 없을 것이오. 이 반짝이는 머릿결을 보시오. 또 이 투명한 피부는 어떻고!” 황제의 예찬이 시작되었다. 제국 쪽의 사람들은 또 시작이구나 하며 익숙한 듯 어쩌면 체념한 듯한 얼굴로 황제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이에 반해 왕국의 이들은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가기 시작했다.
작품 정보
〈신분이 깡패다+신분이 전부다(완)〉은 크림찹쌀떡 작가의 BL 웹소설이다.
조아라에서 볼 수 있는 완결작이다.
연재 시작은 조아라 2016년 11월 18일이다.2026년 10월 16일 기준 연재 회차는 조아라 2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