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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

작품 소개

사방에서 요란한 소리가 들렸다. 비명과 신음과도 같은 소리와 기와를 밟는 소리, 무언가 깨지는 소리. 칼의 날이 부딪치는 소리. 그리고 그의 비웃음 섞인 목소리. “내 도망가라 일렀거늘.” “…….” “내 이름을 기억하느냐. 흑마 말고 내 진정한 이름 말이다.” 귓가에 익숙한 그 목소리가 닿자마자 백아의 눈에 서서히 눈물이 고였다. 목소리를 듣자마자 어떻게 단번에 이런 감정이 드는지 쉬이 이해 가지 않았다. 혹시 이를 그리워했던가? 사모하는 마음을 품었던가? 백아가 뿌연 눈을 들어 앞을 봤다. 공중에 널린 형형색색의 천들이 바람에 나풀거릴 때마다, 그의 검은 모습이 틈새로 언뜻 드러났다. 그 사내에게로 백아가 망설임 없이 걸었다. 저벅저벅, 그를 향해 걸어가는 제 발걸음 소리가 그날따라 생경하게 느껴졌다. 눈앞에 날리는 이 검은 천을 들치면 그의 얼굴이 보이겠지. 백아가 떨리는 손을 들어 천을 기울이었다. “치현.” 여전히 그 새카만 머리카락과 차가운 검은 눈동자였다. 하지만 헤어졌을 때와의 얼굴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에 백아가 흠칫 어깨를 떨었다. 그의 뺨엔 누구의 혈흔인지 붉은 자국이 어지러이 흩어져 있었다. 분명 그의 검은 의복에도 다량의 혈흔이 튀어있겠지만 어두워서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더 처참한 모습이었다. “예까지 오며 수백 수천의 목을 그었다.” “……!” “방금 백주의 목도 따버렸지.” “…….” “어찌 생각하는가, 백아.” “무엇을…….” “그대 생각에 내 존재는 변물이 맞는가? 그대의 운명의 상대란 말이 아직도 유효해?” 그가 거추장스럽게 둘 사이에서 흔들거리던 검은 천을 휙 걷어내었다. 어떤 살육의 현장을 거치고 온 건지, 그의 올라간 눈꼬리에서 형형한 살기가 느껴졌다. “그것은…….” “내 두 개의 나라를 하나로 합치었어. 그래, 두 나라는 불바다가 되었다. 중앙까지 도달하는 동안 수많은 생명이 희생되었지. 그렇다면 나란 존재는 변물이 맞는다는 말이 아니더냐.” “……!” 백아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그의 어투에서 설핏 슬픔을 느꼈기 때문일까. 주변에 색색의 천이 나부끼는 소리를 뚫고 그의 낮은 목소리가 백아의 귓가에 계속해서 진동했다. “……그렇다면 이 흑색을 너로 정화해야 한다는 말이 맞는다는 말이다. 그 빌어먹을 신탁의 말이 바르다는 거겠지.”

작품 정보

〈혼색(混色)〉은 온슬 작가의 로맨스 웹소설이다.

미스터블루에서 볼 수 있는 완결작이며 출판사는 늘솔북스다.

최근 7일(10/22~10/28) 조회수는 미스터블루 3 늘어 누적 581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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