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웹소설

작품 소개

그날, 내가 산을 오른 이유는 죽기 위해서였다. * “나 그날 죽으려고 했어.” 결국 말하고 싶지 않던 마음을 입에 올릴 수밖에 없었다. 구차하게 이어진 진실이 그날의 공기를 일깨운다. “그런데 너 데리고 산을 내려오니까… 내가 사람을 구했다는 성취감도 들고, 기분도 좋고. 보람도 느껴서 좀 더 살아봐야겠다고 결심했고.” 애초에 이 애가 내게 갚아야할 건 없었다. 그날 목숨을 부지한 건 한 명이 아니니까. 그러니 그가 내게 보여줄 호의도, 돌려줘야할 답례 또한 없다. “그러니까 네가 사례할 필요 없어. 나도 널 데리고 내려와서… 안 죽고 살아 있는 거니까, 피차일반이라고 생각해.” 차라리 그때. 만약 이 애가 그 여름에 나를 찾아왔다면… 지금 내 상황이 좀 나아졌을까. 그는 얼굴을 꾸며내지 않았다. 겨울을 머금어 차게 식은 눈동자가 내게 향한다. 표정으로 드러나는 생각들이 내게 질문을 던지는 것 같다. 왜. 그 하나에 담긴 많은 질문들이 조용히 내 심장을 두드린다. 하지만 나는 어떠한 말도 하지 않았다. 그 애도 제 마음을 숨기지만 않을 뿐, 구태여 입 밖으로 내몰진 않았다. 그러니 내가 할 말은 없다. 더 이상 이 자리에 앉아 있을 필요도 느끼지 못했다. “할 말 끝난 거 같으니까.” “아무래도 나는.” 짧은 침묵은 말을 고르는 시간이었나 보다. 맞붙은 입술 안쪽에서 몇 개의 단어와 문장들이 솟구쳤다 죽기를 반복하는 것 같다. 손가락이 톡, 톡 움직였지만 손끝은 목도리에 닿아 어떠한 소리도 울리지 않는다. 내리깔았던 눈이 다시 내게로 향하며 의사를 드러냈다. “네가 계속 보고 싶을 거 같아.”

작품 정보

〈녹음이 흐르는 자리〉는 허목성 작가의 로맨스 웹소설이다.

미스터블루에서 볼 수 있는 완결작이며 출판사는 다향이다.

최근 7일(10/22~10/28) 조회수는 미스터블루 7 늘어 누적 557이었다.

리뷰

아직 리뷰가 없어요

첫 리뷰 쓰기

함께 볼 만한 작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