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소개
공항에서 피아노를 친지는 오래되었다. 피아노 치는 일은 급여가 괜찮았고 별로 힘들지도 않았다. 여러 핑계를 대며 거를 수 없는 중요한 아르바이트였다. 하지만. “서하야, 미안해. 미안한데, 저 여자 진짜 아무것도 아니야. 너 나 몰라?” “한준서. 넌 아무것도 아닌 여자랑 섹스하니?” 믿었던 남자친구가 배신을 했던 날. 오늘만은 정말, 피아노를 치고 싶지 않았다.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고 피아노와 씨름하고 있던 도중, 신청곡이 들어왔다. 쇼팽 소나타, 그것도 3번. 꼬맹이가 쇼팽 소나타를 아는 건 기특했지만 조금 망설였다. 예고 시절 난 이 곡을 ‘쓰리고’라고 불렀다. 어렵고, 괴롭고, 숨차고. 내가 이 곡을 완주하면서 클래식을 완전히 포기해버렸다는 걸 이 아이는 알까. 어린 눈에 서린 기대의 빛을 차마 거절하지 못하고 악보를 열었다. 여전히 참, 치고 싶지 않았다. 몇 마디나 두드렸을까. 하얀 악보 위로 어둑한 그늘이 내렸다. “치기 싫으면 치지 마.” 선글라스를 쓴 한국인 남자였다. 역광인 데다 모자까지 눌러 써서 얼굴이 자세히 보이지 않았다. 각이 진 넓은 어깨와 훌쩍 키가 큰 남자의 실루엣만 보일 뿐이었다. “그따위로 칠 거면 때려치우라고. 내 말이 어렵나?” “그쪽이 뭔데 그런 말을 하세요.” “첫마디부터 틀렸어. 틀려먹었다고.” 따질 힘조차 없어 조용히 악보를 덮었다. “잘 생각했어. 쇼팽 소나타는 그렇게 치는 거 아니야.” 미련 없이 피아노 뚜껑을 닫고 일어섰다. 그대로 돌아서자, 뒤에서 들리는 피아노 소리에 발목이 붙잡혀버렸다. 쇼팽 소나타 3번 1악장. 첫 소절의 다섯 음. 솔파레시 그리고 파. 단호하고 명료한 다섯 음이 귓전을, 아니 심장을 날카롭게 찔렀다. 남자는 피아노를 치고 있었다. 부드럽고 우아하게. 그리고 강렬하게. 놀란 눈으로 남자를 바라보았다. 피아노를 치던 그의 손길이 뚝 멎었다. “손은 거지 같아도 귀는 열려 있나 보네.” “저, 저기. 그러니까.” “이제 알아봤어?” “설마.” 그가 천천히 선글라스를 벗었다. 그리고 자신을 소개했다. “안녕하십니까. 피아니스트 강건우입니다.”
작품 정보
〈더티 클래식〉은 백호랑 작가의 로맨스 웹소설이다.
봄툰·미스터블루에서 볼 수 있는 완결작이며 출판사는 라떼북이다.
연재 시작은 봄툰 2024년 9월 22일이다.2026년 10월 17일 기준 연재 회차는 봄툰 17화다.
완결일은 봄툰 2024년 9월 22일이다.
최근 7일(10/21~10/27) 조회수는 미스터블루 3 늘어 누적 1,567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