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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

작품 소개

‘원’이야. K가 말했다. 오랜만이라는 형식적 인사를 건네기도 민망할 정도로 연락이 뜸했던 K였다. 5년만인가. 아니다, 그보다 더 오래된 것 같기도. [듣고 있어?] K가 조금 날카롭게 물었다. 어, 응. 얼버무리는 대답에 K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너 여전해?] 긴 침묵 끝에 K가 물었다. [여전하면 한번 찾아가 봐. 네게 맞을 거야.] “‘원’이라는 게, 네가 말하는 그 사람 이름이니?” [이름이라고 하긴 애매해. 활동명이라고 해야 하나. 아무튼.] 머릿속이 복잡했다. 그보다 더 내 속을 자극하는 것은, K가 여전히 내 성향을 기억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갑자기 전화해서 내게 ‘원’이라는 활동명을 전해줄 정도로 선명히 기억하고 있다는 것이, K의 그 기억력이 나를 불안하게 했다. “저기 …….” [좋은 사람이야.] “뭐?” [‘원’이라는 사람. 좋은 사람이라서 네게 소개하고 싶었어.] “갑자기 네가 이러는 이유를 모르겠다. 갑자기, 정말 …… 나 이런 전화 조금 불편해.” [추천제로만 상대를 받아. 추천이 없으면 절대로 만나지 못하는 사람이야.] K와 인연을 이어준 동호회는 ‘SM’이라는 공통 목적을 가진 이들의 모임이었다. K는 나보다 동호회에 몇 년 먼저 발을 들인 사람으로 그 동호회에서는 꽤 유명했다. 나와 성향이 비슷한 M(Masochist)이었고 나와 똑같이 스팽킹(Spanking)을 선호했다. 이런 동호회에서 성향이 비슷하다는 것은 그만큼 가까워지기에 최적의 조건이었다. 게다가 같은 성별인 여성이니 K와 내가 가까워지는 건 어쩌면 쉬운 일이었을 테다. 나는 K가 추천해 준 상대와 첫 SM 플레이를 했고 첫 경험은 만족에 가까웠다. 동호회 안에서 구구절절 이어지는 첫 플레이에 관한 무수한 실패담의 주인공이 되지 않은 건 순전히 K의 추천 덕분이었다. 안락하고 풍요로운 시기였다. 그러니까 ‘K의 추천’이라는 건 내게 보장된 무엇이었다. 이전에도 그랬듯 앞으로도 그럴만한, 믿을 수 있는 것. 그러니 다짜고짜 연락이 와서 ‘추천’이라 말하는 K에게 내가 흔들리는 건 당연했다. 머리가 띵, 하게 아파 올 즈음에 손에 잡은 휴대폰에 진동이 일었다. K의 문자였다. ‘원’이라는 사람의 번호와 그녀가 있는 곳의 주소가 적힌 문자. 그리고 그것의 말미에 ‘이 문자를 원에게 보여줘.’라는 문장이 있었다. 그것이 끝이었다. 내내 긴장하고 있던 몸에서 갑자기 힘이 빠졌다. 손에 잡은 휴대폰을 바닥에 떨구었다. ‘원’에 대한 K의 문자가 눈부신 액정 안에서 선명히 빛나고 있었다. 오래도록 잊고 있던 나의 숨겨진 정체성을 일깨우는 강렬한 이끌림. 승아는 ‘원’을 찾아갈 수 있을까. 찾아가면 어떤 일이 승아를 기다리고 있을까. K의 추천은 승아의 삶을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을까. 예상하기 어려운 은은한 스릴 위에 얹어진 강한 욕망, 그 연대기를 그린 글.

작품 정보

〈[GL] 집착의 연대기〉는 발레리온 작가의 로맨스 웹소설이다.

리디에서 볼 수 있는 완결작이며 출판사는 도서출판 퐁당이다.

평점은 리디 5.0점(5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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