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소개
그날 우리는 만나지 말았어야 했을까. 이준은 무슨 생각으로 복수에 눈이 뒤집힌 유담에게 손을 내밀어줬을까. 대상을 한 명씩 찾아내 망가뜨릴 때마다 미쳐가는 그녀를 보며 안타까웠나. 한 번쯤 말릴 법도 했는데. 빈말이라도 그러지 않았다. 그저 유담에게 사랑한다고만 할 뿐. “사랑해. 유담아.” 사랑. 이 말보다 그녀에게 더 쓸모없는 말이 있을까. 사랑은 유담에게 알레르기 같은 거다. 있다고 해서 사는 데 지장 없지만, 맞지 않아 온몸을 괴롭히는 존재. 마치 좋아하는 건데 손대면 큰일 나는 것처럼 이준의 애정은 그녀를 숨을 쉬게 하면서도 멎게 하는 거다. “개소리.” “맞아. 개소리지. 그래서 너한테 사랑해달라고 바라지 않잖아.” 누군가 제게 바라지 않는다는 감정이 슬프게 들리는 건 처음이다. 눈에 눈물이 차오를 것 같았다. 그녀에게 이준의 사랑은 무서운 천재지변과 같았다. 마음을 녹이고 함께 있으면 자신도 모르게 미소를 그리게 된다. 그때부터였다. 이준이 절절한 감정을 보여줄 때마다 유담의 속이 심하게 뒤틀린 건. “망가진 내가 뭐가 좋다고.” “좋은 점투성이라.” 유담의 본능이 소리쳤다. 이대로 이준의 다정함에 빠지면, 벗어날 수 없을 거라고. 더는 사람한테 실망하고 싶지 않았다. 특히 이 남자한테는. 그런데 이준은 점점 그 간격을 좁혀온다. 그가 자신을 놓지 못한다면 떠나도 잊을만한 상처를 입혀야겠다. 비록 그게 아주 잔인한 방법일지라도. 그에게 자신의 모든 걸 다 내어준 유담은 곤히 잠들어 있는 그의 곁에 다가갔다. 무겁다. 가슴에 큰 돌덩이 하나가 내려앉은 것처럼 너무 무겁다. 복수할 힘도, 되돌려 줄 수 없는 무한한 애정도. 유담에게 조금이라도 감정의 여유가 있었다면 그를 사랑했을 것이다. 어떤 사람이 자기 일에 물불 가리지 않고 도와주는 데 마음이 가지 않을 리가 있나. 이준은 망가진 그녀의 삶에 유일하게 남은 작은 빛이자 족쇄였다. “유담아…….” 꿈에서도 그녀를 찾는 이준이다. “잘해주지 말지.” 심장이 아려왔다. 자면서도 유담에게 사랑 고백을 속삭인다. “미안해요.” 이렇게 두고 가서. 상처 줘서. 이준이 들을 일 없는 그녀의 처음이자 마지막 고백. “……사랑해요.” 유담은 깊게 잠든 그의 이마에 입을 맞추며 워터리한 체향을 코에 새긴 채 떠났다.
작품 정보
〈이용하고, 이용당하고〉는 포르테 작가의 로맨스 웹소설이다.
리디에서 볼 수 있는 완결작이며 출판사는 벨리타다.
평점은 리디 4.6점(16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