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소개
어제 오후쯤 그가 다녀갔던가, 예의 갖춘 무감한 인사는 형식이었다. 고개를 들어 본 그가 가까이 다가왔다. 맞은편도 아니고 제 옆으로 와 앉았다. “잘 지낸 거 같지는 않고.” 턱을 들어 올려 얼굴을 감상한 범이 뱉은 말에 뱃속이 움찔했다. 팔 년 동안 미국에서 해준은 하루도 행복하지 않았다. 제 삶이 아닌 다른 삶을 대행해서 사는 삶이었다. 범이 턱을 놓지 않아 눈은 계속 그를 올려다보았다. “그런데, 여전히 예쁘고.” 얼굴을 샅샅이 훑는 흑채색의 눈동자는 어떤 관심이나 감각이 없었다. 표면적인 인사치레는 관두길 바랐다. 그런 인사말이나 주고받을 상황도 사이도 아니었다. 얼굴 탐사가 끝났는지 턱을 놓은 그가 그대로 해준의 발목을 휘어잡았다. “여전히 춤추나.” 참 예뻤는데, 발목을 매만지는 손길이 야릇했다. 복숭아뼈 부위를 돌리며 한참을 쓸어내렸다. 곱아든 발이 움츠러들었다. 빼내려 했지만, 빠지지 않았다. 그는 힘을 준 것 같지 않지만, 발목은 범이 손에 묶여 있었다. “묻잖아.” 두 번 말하게 하는 거 싫어하는데, 어제 현묵이라는 덩치에게 행한 그 행동을 떠오르게 했다. 해준이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입은 뒀다 좆 빨 때만 쓰나.” 짐작하지 못했던 말에 해준이 코끝으로 가볍게 비웃음을 흘렸다. 그의 눈을 똑바로 마주했다. 검은 눈동자가 기다림의 미학은 바라지 말라고 강요했다. “아니.” 춤이야, 좆이야. 무례한 말을 여상하게 묻는 범은 관능적으로 호사스러운 향을 뿜어냈다. 어두운 그 향에 질식할 것 같았다.
작품 정보
〈밤이 짙으면 범(豹)이 온다〉는 앜녀 작가의 로맨스 웹소설이다.
리디·네이버시리즈·봄툰·미스터블루에서 볼 수 있는 완결작이며 출판사는 라떼북이다.
연재 시작은 봄툰 2023년 12월 12일이다.2026년 10월 26일 기준 연재 회차는 봄툰 54화다.
완결일은 봄툰 2025년 6월 21일이다.
최근 7일(10/21~10/27) 조회수는 미스터블루 3 늘어 누적 1,556이었다.
평점은 리디 4.4점(105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