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소개
여름의 색과 향기는, 레몬의 그것을 닮았다고 어떤 시인이 말했던가. . . . 서울로 전학 온 영산은 묘한 분위기를 가진 묘진을 만난다. 묘진이 돌보던 길고양이를 매개로 둘은 금방 가까워지지만, 불의의 사고로 묘진이 먼저 세상을 떠나 버린다. 묘진을 그리워하며, 고양이들과 함께 살아가는 영산. 그리고 자신의 비참한 삶을 증오하며 죽으려고 다리 위에 선 대학생 세진. 그들에게 생전 모습 그대로의 묘진이 다시 나타난다. . . . “그런데 너…. 고등학생 아냐?” “…….” “왜 반말이야? 나 이래 봬도 스물 넷이나 먹었거든.” “…….” 소년이 힐끔 세진을 바라보았다. 검은 머리의 소년은, 교복을 입고 있었으니까. 하얀색 셔츠에 남색 바지, 그 아래에는 때가 탄 하얀색 운동화. “그럼 난…. 스물 여덟쯤 되었으려나.” “에?” “…….” 세진이 말도 안 된다는 표정으로 소년을 훑었다. “근데 웬 교복?” “그야…. 나는 이미….” 소년이 반짝 거리는 강 너머의 도심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10년 전에 죽었으니까.” 그 순간, 찬바람이 불어와 두 사람을 감쌌다. 세진은 서늘한 한기에 반사적으로 몸을 움츠렸고, 그제야 놀란 듯 눈을 크게 떴다. 아직 3월이지. 동복을 입을 시기에 소년은 하복을 입은 채 아무렇지 않다는 듯 찬바람을 맞고 서 있었다. “계약을 하려고.” “…계약?” “너 말야.” “…….” “네가 말했던 불행들이 사라진다면, 살고 싶은 마음이 생길 것 같아?” 세진은 여전히 눈가에 그렁대는 눈물을 닦아내고 눈을 크게 떴다. 그리고는 얼른 고개를 끄덕였다. “아빠 병이 낫고, 내가 좋은 대학에 갈 수 있게… 그렇게 해 줄 거예요?” “글쎄.” 기대감에 눈을 반짝이던 세진은, 소년의 대답에 눈썹을 축 내리며 한숨을 쉬었다. “그래도.” “…….” “어떤 식으로든, 네 삶은 지금보다 훨씬 더 나아질 거야.” 소년이 말했다. “그렇게 만들어 줄게. 내 소원을 들어 준다면.” “소원?”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어.” “그리고….” “그리고?” “그 사람이 행복하길 바라.”
작품 정보
〈레몬 버베나 Lemon Verbena〉는 설린sullin 작가의 BL 웹소설이다.
조아라에서 연재 중이다.
연재 시작은 조아라 2024년 6월 7일이다.2026년 10월 16일 기준 연재 회차는 조아라 3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