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소개
윤아영. 나의 이십대를 가장 빛나게 해주었던 햇살 같은 여자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무 쉽게 놓아버린 여자기도 했다. 그녀와 헤어지고 나서 절대 치료할 수 없는 열병에 걸렸음을 알았다. 얼마나 당황하고 어이없고 허무했는지, 아마 그녀는 짐작조차 하지 못할 것이다. 움찔, 머릿속이 온통 그녀의 생각으로 가득차자 심장이 울컥거렸다. ‘침착해, 이건우. 괜찮을 거야. 분명 다 잘 될 거야.’ 갑자기 생소한 두려움이 일었다. 혹여 다시 나타날 내 존재가 그녀에게 아픔을 안겨줄지도 모른다는 조바심이었다. 나는 얼른 고개를 흔들며 파도처럼 불시에 밀어닥친 생각을 접었다. 그녀를 다시 찾아야겠다고 결심을 한 이상 쓸모없는 감상에 젖을 필요 따윈 없었다. 정말 진심으로 그녀를 위할 작정이었다면, 이런 몹쓸 마음도 먹지 않았을 터였다. 그녀를 나의 성으로 데리고 올 것이다. 그 과정이 지옥 같은, 악마에게 영혼을 파는 짓일지라도 개의치 않을 것이다. 내가 원하는 결과만 얻을 수 있다면 평생 감금을 해서라도 그녀를 옆에 묶어둘 것이다. [본문 중에서] 아영은 크게 한숨을 뱉으며 걸음을 멈췄다. 옹기종기 불빛이 모여 있는 언덕 위로 시선을 들어올렸다. 버스 정류장에서 십여 분을 걸어오면 그녀가 사는 집이 보였다. 처음엔 마당에서 저 멀리 골목 끝의 차도가 보인다며 좋아했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녀가 직접 묶어놓은 빨랫줄에 걸어놓은 빨래들이 왠지 슬프게 보여 이사를 가야겠다는 생각을 종종 하곤 했다. ‘한 번도 생각하지 않았는데…….’ 솔직히 첫사랑이자 남편이었던 그와 헤어지고 단 한 번도 생각하지 않았다는 건 새빨간 거짓말이다. 이곳으로 이사 오고 나서 별로 떠오르지 않았다. 첫눈에 반했고 심장이 뜨거워질 정도로 열렬한 사랑이 되었고, 마치 헤피 엔딩의 동화처럼 일사천리로 결혼까지 갔으니 죽을 때까지 잊을 수 없다는 건 인정하는 바였다. 그저 어리석게도 어린 그녀가 간과했던 것은 현실에는 동화가 없다는 것일 뿐. “훗.” 다시 자조적인 웃음이 흘렸다. 어쩌면 시우 선배의 따스함으로 인해 그가 떠오르지 않았을 지도 모르는데, 그런 선배로 인해 오랜 시간 생각나지 않던 사람이 마치 어제 일처럼 기억나니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그녀는 멈추었던 발걸음을 다시 이었다. 그녀답지 않게 성난 걸음이었다. 감상적으로 빠지는 자신이 못마땅하다는 표현이었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일까? 아직도 동화 같은 옛 기억에서 돌아오지 못한 것인지, 아니면 그런 꿈같은 시간을 다시 기억하고 싶은 것인지, 방금 전까지 떠올렸던 그가 눈앞에 있었다. 그녀는 걸음이 멈췄을 뿐 아니라 숨조차 멈춘 느낌이었다. 만약 조금 덜 놀랐다면 오히려 바닥에 주저앉았을 지도 모르겠다. “오랜만이야.” 그는 검은 세단에 모델처럼 기대 있다가 여유롭게 한발자국 다가오며 그녀에게 자연스럽게 인사를 전했다. 믿을 수 없지만 분명 그였다. 그리고 세월이 흘렀어도 그는 여전했다. 아니다, 기다면 긴 5년이란 시간이 지났어도 징글징글하게도 그녀야말로 여전했다. 어김없이 심장이 주체할 수 없이 거세게 울려댔다. 차라리 놀란 마음에 일어난 현상이라고 우기면 좋겠는데, 스스로를 잘 알고 있는 그녀로선 그것마저도 부정할 수조차 없었다. 그가 왜 이런 시간에 그녀의 동네에 와 있는 건지 궁금하지 않았다. 그의 목소리에 귀가 번쩍 뜨인 것 같고, 그의 모습에 눈이 반짝거리는 것 같았다. 마치 잃어버린 주인을 우연히 찾은 애완견처럼 꼬리라도 격렬하게 흔들어야할 느낌이었다. 아직도 이놈의 원수 같은 심장은 이건우란 남자를 향해 있었다. 그녀는 거칠게 마른침을 몇 번이고 삼키며 본능적으로 약해지는 자신의 마음을 다졌다. ‘윤아영, 이번에야 말로 정말 정신 차려!’
작품 정보
〈탐욕의 감금〉은 세라니아 작가의 로맨스 웹소설이다.
미스터블루에서 볼 수 있는 완결작이며 출판사는 로망띠끄다.
최근 7일(10/22~10/28) 조회수는 미스터블루 2 늘어 누적 1,213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