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소개
대기업 교육 콘텐츠 회사에서 편집자로 일하는 강은수. 소위 건어물녀로 이성과 담을 쌓고 사는 그녀에게는 남모르는 상처가 있다. 과거 아이들의 SNS 장난질로 교직에서 해임되었던 것. 몇 년을 폐인처럼 살다 지금의 회사에 입사해 평범한 일상을 되찾았는데, 느닷없이 새로운 본부장이 등장하면서 평온한 나날에 금이 가고 만다. “안녕하십니까. 허완 본부장입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지난 끔찍한 고통의 원흉이던 놈을 상사로 맞이하다니. 회사를 떠날 생각을 하지만, 어이없게도 그는 자신을 전혀 모르는 기색이다. 불행 중 다행이라고 생각한 것도 잠시. 몇 달 뒤 그는 오피스텔의 새로운 건물주로 나타나 은수를 더욱 심란하게 만드는데. -------------------------------------------------------- 나는 미간을 모으곤 허완을 획 올려다보았다. 키가 원체 큰 놈이라 쳐다보는데 목이 꺾였다. 168센티인 나보다 머리 하나만큼이나 컸다. “뭐라고요?” “강은수 씨, 내 타입이라고.” 확고한 대답에 별안간 뒷골이 당겼다. “하…. 저기, 제 나이가 몇 살인지는 아세요?” “직원명부에서 서른넷이라고 봤습니다만.” “아네요. 본부장님은, 저보다 한참 어리잖아요.” “한참이라뇨. 6살밖에 차이도 안 나는데.” “6살밖에? 하하.” 어처구니가 없어 헛웃음이 터졌다. “나, 별로예요?” 내 표정을 살피며 묻는데 은근히 진지한 눈빛이었다. 나는 말라붙은 입술에 침을 바르곤 대답 대신 담배 필터를 길게 빨아들였다. 너무 당황스러워서 머리가 잘 돌아가지 않았다. 이 자식은 무슨 의도로 이런 말을 하는 걸까. “인기 많으시잖아요.” “흠. 동문서답이네. 나 별로냐고 물었는데요.” “뜬금없는 말씀을 하시니 당혹스러워서요.” “진지하게 말하는 거예요.” “저를 뭘 안다고 내 타입이네, 마네 그래요?” “잘 몰라도 필 꽂힐 수 있는 거죠. 첫날부터 맘에 들어서 회사에서 유심히 봤어요. 혼자 흡연실에 앉아서 담배 피우는 것도 봤고, 사람들하고 어울려서 웃는 것도 봤고.” “웃기네요.” 나는 혀를 차며 떠름하게 중얼거렸다. 퍼뜩 든 생각에 속이 쓰라렸다. 지금 깨달은 사실이지만, 이 자식은 숫제 나를 기억하지 못하는 거였다. 가해자기 때문에.
작품 정보
〈일단, 하고 나서 생각하자〉는 망루 작가의 로맨스 웹소설이다.
미스터블루에서 볼 수 있는 완결작이며 출판사는 파인컬렉션이다.
최근 7일(10/21~10/27) 조회수는 미스터블루 9 늘어 누적 774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