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소개
성녀로서 평생을 살아 온 아리아는, 어느 날 신전에서 자신을 죽이려 한다는 것을 눈치채고 과거 자신을 입양해 주었던 세븐 공작가로 도망친다. 하지만 그곳에서 그녀를 기다리는 것은. 뱀의 아가리와 다를 바가 없었으니. “원한다면, 숨겨드릴 수 있습니다. 치료도 받을 수 있도록 해 드리겠습니다. 하지만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당신이 성녀인 이상, 그들은 계속해서 당신을 갉아먹어 갈 겁니다.” “그럼, 어떻게….” “죄를 지으시면 됩니다.” 성녀라 해도 그 근본은 성직자였다. 신을 모시는 성직자인 이상 그들은 청렴하고 결백해야 했으며 또, 순결해야 했다. 죄. 성녀가 되기 이전에도 그런 것과는 거리가 멀었던 아리아는 그의 말이 낯선 듯 보였다. “신의 뜻을 버리고 도망친 것도, 죄라 할 수 있을까?” 그녀답다고 할 만한 순진한 대답이었다. 아무래도 아리아는 그의 말을 똑바로 이해하고 있지 못한 듯했다. “살인, 폭행, 거짓, 음해, 이 중 누이가 당장 할 수 있는 것은 살인과 폭행 정도겠군요.” 저와는 다르게 개미 한 마리 안 죽여봤을 것처럼 작고 여린 아리아의 흰 손에 아이작의 시선이 잠시간 머물렀다. 그리고 다시 그의 시선이 아리아에게 향했을 땐 그런 짓을 상상조차 해본 적 없다는 듯 하얗게 질려 사색이 된 얼굴이 들어왔다. “그런 짓은 할 수 없어.” 이 어찌나 순수한지. 아이작의 입가에 비릿한 미소가 머물렀다가 사라져갔다. “원한다면 당장 사람을 데려와 줄 수도 있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그럴 수는 없어.” 예상을 조금도 벗어나지 않는 대답에 아이작은 잠시 고민하는 척 연기하다 입을 열었다. “그렇다면, 다른 방법이 있긴 합니다. 저와 누이만 알 수 있고 남에게도 피해를 주지 않는 방법이.” “무엇이든지 할게.” 그 일이, 무엇인지도 채 듣지 않고 저를 믿는다는 듯 결의에 찬 아리아의 표정에 아이작은 비틀린 기쁨을 느끼며 그녀의 뺨을 쓰다듬었고, 아리아는 그때까지도 이상함을 느끼지 못한 채 그의 손에 얼굴을 묻었다. 이어진 그의 말을 상상조차 하지 못한 채. 어느새 아이작의 손은 아리아의 뺨이 아닌 입술에 닿아 있었고, 당황한 아리아가 시선을 마주하자, 그의 눈이 반달로 접히며 예쁜 미소가 지어졌다. 분명 아름다운 미소였음에도 왜인지 아리아는 등골이 서늘해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와 동시에 아이작의 입이 열렸다. 유려한 입꼬리가 움직이며 내뱉은 말은 절대 그에게 어울리지 않는 상스러운 것이었지만. “벌리세요, 누이.”
작품 정보
〈성녀를 타락시킨 악마는 오라버니의 모습을 하고 있다〉는 달한쟌 작가의 로맨스 웹소설이다.
미스터블루에서 볼 수 있는 완결작이며 출판사는 로튼로즈다.
최근 7일(10/22~10/28) 조회수는 미스터블루 1 늘어 누적 948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