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소개
"<이 작품은 ‘멜로우 틱’/‘포르말린 핑크’와 연작입니다.> 연애고 여자고 귀찮은 건 딱 질색인 남자, 현서준. 그런 그의 앞에 홀연히 나타난 여자사람, 오아름. “사장님.” “응?” “이건 좀 다른 질문인데요.” “그래, 뭔데.” “갑자기 궁금해서요. 저 왜 도와주시는지 물어봐도 돼요?” 대수롭지 않게 허락한 호의(好意). 조금씩, 천천히 스며들어버린 감정. 사장님, 하는 목소리가 사르르 귓가에 감겨들고, 동그랗게 뜬 귀여운 두 눈이 눈앞에 아른거리지만, 친구의 여자를 탐하는 것 같은 이 빌어먹을 죄책감은 대체……? “웬만해선……, 안 물러날 거 같아서요…….” “뭐……?” “아까……, 사장님이 좀……, 곤란해 하시길래…….” “너…….” “도와드리고 싶었어요……, 죄송해요…….” 도와주는 남자 서준과 도움 받는 여자 아름. 갑과 을의 관계를 벗어던진 그들만의 달콤 쌉싸름한 사랑이야기. *본문 중에서 계속해서 몰려드는 수많은 대화요청들을 정중하게 물린 서준이 슬쩍 카운터 쪽을 쳐다보았다. 눈이 마주치기 바로 전 아름은 황급히 아래로 고개를 떨궜다. 동공 너머 시야가 아스라이 흔들리는 걸 알고도 모른 척 했다. 갑자기 볼이 후끈거렸다. 당황한 기색을 감추며 입술 안쪽 여린 살을 잘근잘근 씹고 있는데 머리 위로 손이 턱 올라왔다. “잘 먹었다.” “네?” “해장 잘 했다고, 덕분에.” “……뭘요.” “근데 왜 안 깨우고 몰래 갔어? 꼭 도둑고양이처럼.” 서준이 아름의 머리를 가볍게 헝클이고 물었다. 지그시 눈을 맞춰오는 그에게 아름은 급한 일이 있었다고 대충 둘러댔다. 사실인지 아닌지 따위 크게 관심 없는 얼굴로 서준이 흐음, 하고 콧소리를 내었다. 오전 매상 좀 살피자며 카운터 안으로 가깝게 들어오는 그를 피해 아름이 한걸음 물러났다. 그래봤자 좁은 공간이라 서준과 거의 밀착되다시피 한 아름이 그만 숨을 멈췄다. 아주 조금 들이마신 공기 중에 달콤하면서도 진한 머스크향이 흠씬 느껴졌다. 어른 남자. 참, 섹시한. 불현듯 그런 생각을 하며 아름은 조심스레 서준을 올려다봤다. 조각처럼 깎아지른 콧날과 턱선의 옆 라인을 살피다가 무심결에 숨을 들이켰다. 달달한 체취가 폐 속 가득 파고들었다. 아찔할 만큼 진한 그 향기에 정신이 몽롱해졌다. 온 몸의 힘이 빠져나갈 만큼 나른해지는 기분이 굉장히 묘했다. 주먹을 살그머니 말아 쥐었다. “와, 손님 많았구나.” “조금요.” “고생했다. 우리 아름이, 다음에 언제 맛있는 거 사줘야겠네.” “……감사합니다.” “오케이. 이따 일찍 마감하고 들어가.” 포스 화면을 꼼꼼히 체크한 서준이 너르게 웃으며 아름을 봤다. 난데없는 지시에 아름이 사뭇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서준이 대수롭지 않은 얼굴로 씩 웃었다. “오늘만 한두 시간 정도 일찍 닫자. 괜찮지?” “왜요?” “볼일이 좀 있어. 나 혼자 나가기 뭐하니까 다 같이 들어가자고.” “사장님.” “응?” “혹시요.” 선보시는 거예요? 진짜요? 진짜 그래요……? 아까 얼핏 들었던 손님들과의 대화를 상기한 아름은 차마 더 묻지 못하고 입을 다물었다. 상관할 바가 아니다. 캐물을 필요도, 권리도 없다. 분명히 알고 있다. 그렇지만. 말을 하려다 마는 아름에게 서준이 시선을 고정한 채 눈을 깜빡였다. 느릿한 속도로 감겼다 떠지는 눈꺼풀이, 가지런하면서도 긴 속눈썹이 한없이 여유로웠다. 아름이 애써 웃었다. “아니에요. 알겠습니다.” “왜 말을 하다 말아? 뭔데.” “아무것도 아니에요. 어? 손님 나가셨다. 테이블 치울게요.” “어허, 어딜.” 도망치듯 카운터 밖으로 나가려던 아름을 서준이 얼른 몸으로 막아섰다. 그러더니 아예 한쪽 벽으로 몰아세우듯 가깝게 다가가 얼굴까지 불쑥 들이밀었다. 피하려 했으나 역부족이었다. 장난하지 마시라며 아름이 서준의 가슴팍을 밀었다. 그런 아름의 두 손마저 서준은 가뿐히 한손으로 잡아버렸다. 난감해하던 아름이 이내 고개를 들었다. 아……. 눈이 똑바로 마주쳤고, 그제야 서준은 깨달았다. 둘 사이의 거리가 가까워도 너무 가까웠다. 게다가 이건 꼭 뭐랄까. 질펀한 키스라도 해야 할 것처럼 꽤나 야릇한 자세가 되어 있었다. 뿜어지는 숨결이 볼에 닿고 숨소리가 귓가에 들릴 정도로 지나치게 밀착되어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아름 역시 무척이나 놀란 눈으로 서준을 올려다봤다. 똑바로 마주한 올곧은 시선에는 그 어떤 흔들림도 없었다. 침묵이 길어질수록 분위기는 배로 어색해졌다. 서준의 눈빛이 한층 더 깊어졌을 즈음, 아름이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죄송한데 좀, 비켜주시면…….” “…….” “사장……님……?” 대꾸 없이 서준은 계속해서 아름과 눈을 맞췄다. 까맣고 맑은 눈동자 안의 떨림이 고스란히 전해져왔다. 물결처럼 일렁이는 모양새가 무척이나 고왔다. 마른침이 삼켜졌다. 서준이 그 상태 그대로 손에 살짝 힘을 주었다. 에어컨이 빵빵하게 틀어진 실내건만 이상하게 몸이 홧홧거렸다. 묘했다. 기분이란 게. 감정과 감각이 하나도 제어되지 않는 듯했다. 온몸의 신경이 죄다 아름의 손목을 쥐고 있는 제 손바닥 안에 집중되었다. 말랑한 살결이 싫지 않았다. 오히려 다른 곳도 만지고 싶은 충동이 버거울 정도로 울컥 끓어올랐다. 머릿속 회로들이 엉켜드는 착각에 눈앞마저 아찔해졌다. 이미 사라져버린 평정심을 찾으려 애썼지만 쉽지가 않았다. 서준이 미간을 찌푸렸다. *목차 프롤로그 #1 도와주는 남자 #2 술과 여름밤 #3 이상기류 #4 무슨 짓이야……? #5 방해꾼은 사절인데 #6 내가 가져야겠다, 너 #7 첫날부터 짐승 외전 #에필로그 "
작품 정보
〈블러핑〉은 리밀 작가의 로맨스 웹소설이다.
미스터블루에서 볼 수 있는 완결작이며 출판사는 로망띠끄다.
최근 7일(10/22~10/28) 조회수는 미스터블루 8 늘어 누적 2,387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