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소개
힘든 야근에 지쳐 버스에 타자마자 잠이 들었다. 깨어 보니 깊은 산속이었고 아름다운 남자가 영흔을 ‘각시’라고 불렀다. “고백하건대 저는 경험이 없습니다.” 무슨 말인가 눈빛으로 물었다. 화령은 안색 하나 바꾸지 않고 말했다. “저는 인간 여자와 성적으로 접촉해 본 적 없습니다.” “화령 씨도 도깨비 아니에요? 도깨비는 그…… 섹스를 좋아한다면서요?” 마지막 문장을 말하는 영흔의 귓바퀴가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화령이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하지만 저는 굳이 필요하지 않았습니다.” 아까는 도깨비가 여자에 미친 것처럼 말하더니? 어리둥절했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문제가 있었다. “그럼 제가 처음이라는 말이에요?” “그렇습니다.” 영흔이 미간을 찌푸렸다. 그녀는 칫솔을 휘둘렀다. 화령이 몇 살인지 알지 못했지만 적어도 외관은 영흔보다 한참 어려 보였다. 그래서 그녀는 어린 동생에게 하는 양 그를 타일렀다. “첫 키스를 그렇게 쉽게 남에게 주다니 안 돼요. 입술이 닳는 것도 아니라지만 그래도 기분이 그렇잖아요. 나중에 화령 씨와 사귀는 사람이 얼마나 아쉬워하겠어요?” 화령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처음이 그렇게 중요합니까? 그러는 정영흔 님은 처음이 아닙니까?” “전 아니에요.” 화령은 잠시 침묵했다. 무뚝뚝한 표정이 바뀌지는 않았다. “그렇습니까.” 이제 무슨 말을 해야 하지? 영흔은 어쩔 줄 모른 채 애꿎은 칫솔만 비틀었다. 마침내 화령이 말했다. “전 상관없습니다. 정영흔 님께서 경험이 있으시다니 다행이군요.” 순진한 남자애를 교묘히 꾀는 느낌이었다. 입장이 바뀐 기분이었다. 거래의 대가로 키스를 요구한 건 화령인데 영흔이 죄책감을 느꼈다. 그녀는 칫솔을 내려놓고 마루를 짚어 어깨를 내밀었다. 화령과 영흔의 시선이 더욱 가까워졌다. “정말 괜찮아요?” 세면도구와 남의 첫 키스를 이렇게 맞바꾸어도 되는 걸까? 영흔의 양심이 콕콕 찔렸다. “괜찮습니다. 이것도 다 경험이라고 생각합니다.” 화령은 도를 닦는 선비처럼 말했다. 영흔은 크게 숨을 들이쉬었다. “그, 그럼 눈 감으세요.” 그녀의 말대로 화령이 눈을 감았다. 형형한 시선이 사라지니 아름다운 얼굴이 훨씬 유순해졌다. 그렇다고 해서 뚜렷한 선이 가늘어지지는 않았다. 영흔은 반듯한 이마와 섬세한 콧마루, 기다란 속눈썹이 촘촘하게 감싼 눈을 감상했다. 단정하게 다문 입술은 무엇을 바르지도 않은 듯한데 어여쁜 붉은색이었다. 이런 미인을 단순호치라고 하던가. 입술이 바짝바짝 말랐다. 전 남자친구와 헤어진 지 벌써 삼 년이 흘렀다. 일에 치여 사느라 연애는 꿈도 꾸지 못했다. 도깨비라지만, 인간이 아니라지만, 이런 미남과 키스라니 손이 떨렸다.
작품 정보
〈돗가비블〉은 no one 작가의 로맨스 웹소설이다.
봄툰·미스터블루에서 볼 수 있는 완결작이며 출판사는 벨벳루즈다.
연재 시작은 봄툰 2022년 7월 15일이다.2026년 10월 17일 기준 연재 회차는 봄툰 24화다.
완결일은 봄툰 2022년 7월 15일이다.
최근 7일(10/21~10/27) 조회수는 미스터블루 7 늘어 누적 812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