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와달라고, 매달려야지. 널 구해달라고, 거기서 빼내 달라고.” 두려움에 규원을 떠난 후 12년 만의 재회였다. 하지만 세하를 나락으로 떨어뜨린 일수 사무실에서 채무자와 변호사로 마주하게 될 줄이야. 마치 늪 같은 빚에 시달리던 세하에게 규원은 구세주이자 또다른 채권자가 되어 속삭였다. “잘 생각해봐. 너로 나를 사는 거야. 윤세하로, 한규원에 변호사 배지까지 얹어서. 그 빚도 털어낼 수 있다고. 나하고 거래하는 조건이면 나쁘지 않을 텐데.” 낮고 묵직한 규원의 목소리는 독 같은 말도 설득력 있게 만들었다. 냉정하게만 말하던 규원이 목소리를 부드럽게 바꾸어 속삭이면 무심코 이끌리게 되었다. 껍데기만 달콤할 뿐 함부로 손을 내밀면 위험하다는 것을 알고 있는데도. 함정은 더없이 유혹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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