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도서의 인물, 상호 및 지명, 사건, 배경 등 모든 설정 및 내용은 픽션입니다. ※ 아웃팅, 성추행, 트라우마, 알코올 사용 장애(의존증 및 중독), 우울증 및 자해와 관련된 언급과 묘사가 포함되어 있으니, 독서에 참고 바랍니다. 전 남친이 결혼했다. 다른 사람이랑. 직장 내 아웃팅으로 다니던 병원까지 그만둔 전직 간호사 정수림은 결혼식장에서 우연히 만난 남자의 말 한마디 때문에 보건교사가 되기로 결심한다. 그런데 문제는, 기어코 들어온 학교의 체육 선생이 결혼식장의 그 남자라는 건데…. * * * 아무래도 정신이 나간 게 틀림없다. 잠시 간의 호흡 문제로 뇌에 산소가 공급이 안 되었을까? 정수림은 그렇게밖에 생각할 수 없었다. 그러지 않고서야 임연재가 제게 하는 짓들이 설명되지 않았다. 갑자기 키스한 것도, 이렇게 찾아와 성 정체성 운운하는 것도. “성적 지향이라고 말씀하시는 게 맞을 것 같네요. 성 정체성은 젠더적 관점이고요.” “아아. 우리 보건 쌤, 똑똑한 거 봐. 너무 섹시하네.” “학교에서 부적절한 발언 삼가 주시고요. 제가 개인의 성적 지향까지는 상담하기가 어려운데, 위클래스 가 보시는 게 어떨까요?” “위클래스 쌤한테 ‘제가 보건 선생님이랑 키스하고 싶어서 잠이 안 오는데. 정상일까요?’ 이렇게 물어요?” 임연재는 정말로, 아무것도 몰랐다. 남자와 남자가 사귄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뭘 버려야 하는지. 그저 단 한 번의 키스 정도로 연애를 결정하기에는 얼마나 큰 위험이 따르는지. “선생님, 잘 들으세요.” “어휴, 벌써 무서워.” 정수림이 눈을 치떴다. 임연재는 전혀 겁먹지 않았으면서 말 한마디에 꼼짝도 못 하는 사람처럼 내숭을 떨었다. “키스, 아니. 키스도 아니지. 인공호흡 몇 번 했다고 달라지는 건 아무것도 없거든요. 급박한 상황에 제가 있었으니까. 징검다린가 뭔가.” “흔들다리.” “예, 그 흔들다리 효과일 수도 있고요. 그리고 선생님 주변에 커밍아웃한 게이가 없으면 저한테 호기심 가질 수도 있겠네요. 근데요.” “그럼 한 번만 더 해봅시다.” 말 같지도 않은 소리로 말을 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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