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목숨은 온전히 내 것이 아니다. 류희를, 그 아이를 혼자 남겨둘 순 없어. 귀신으로 인한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는 화현국에서 제일가는 벽사랑, 적연호. 그에게 중요한 것은,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외조카 홍류희뿐이다. 외숙의 말이 맞아. 우린 절대 헤어지지 않을 거야. 언제까지나 함께할 거야. 각자 혼인한 후에도, 다음 생과 다다음 생에도. 미녀로도 재녀로도 명성이 자자한 홍류희. 혼기가 찬 그녀가 아직도 혼자인 이유는 바로, 사나운 번견처럼 그녀를 지키는 외숙 적연호 때문. 그러던 어느 날 연호가 임무로 자리를 비운 사이, 류희가 이미 죽은 세자의 비로 순장당할 뻔한 일이 벌어진다. 그 뒤에는 거대한 음모가 있어, 이대로라면 류희는 죽음을 맞이해 끝끝내 사자(死者)의 신부가 되는 수밖에 없다. 이를 피할 방법은 단 한 가지. 벽사랑과의 교합뿐. “다른 놈에겐 불안해서 못 맡기겠다.” “…….” “도저히 안 되겠어.” 류희가 그를 멈춰 세웠다. 지금 외숙이 하려는 게 무엇인지 알고 있냐는 질문이 연호의 귀에 꽂혔다. 알고 있지. 알고말고. 실행에 옮기면 우리 둘 사이는 결코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것도 알고 있어. 하지만 숙질의 사이가 거북해지는 게 류희의 목숨이 위태로운 것보다 백배 낫다. “알지……. 그리고 너도 알 텐데. 나보다 널 확실하게 지킬 수 있는 자는 없다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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