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크리스틴.” 바네사는 제 이름이 아닌 이름으로 불리는 인사에 활짝 웃으며 대답해야만 했다. 언젠가 진짜 주인공이 나타나면 거품처럼 사라져야 하는 공주님의 그림자, 바네사 비네트. 조마조마한 일상이 무탈하게 지나가길 바라는 게 습관이 되고 말았다. 그렇게 큰 소원을 비는 것도 아닌데, 바네사의 작은 소망을 신은 늘 외면했다. “안녕, 크리스틴. 주말에 경기 보러 올래?” 바네사였다면 절대 얽히지 않았을, 펜허스트 대학교의 루키 ‘에릭 테일러’의 인사는 바네사의 불안한 기분과 달리 늘 싱그러웠다. “어쩔 수 없지, 내가 기다리는 수밖에.” “크리스틴, 나랑 같이 팀플하지 않을래?” 그리고 에릭보다 천천히 다정하게 다가오는 친구 ‘테오 베넷’. 둘 사이의 미묘한 소용돌이 휩싸인 바네사는 비밀스러운 계획이 끝맺길 기도했다. 아마 크리스틴을 좋아할 두 사람과, 그리고 이상할 만큼 바네사에게 접근하는 수상한 녀석. 크리스틴과 바네사의 경계에 선 그녀는 그저 자신이 사라지지 않기만을 바라야 했다. * “오랜만이야, 바비.” 수년 만에 조우한 남자의 첫인사는 변함없이 장난스러웠다. 하루아침에 사라져 버린 바네사를 무척이나 원망한 채로. 이미 모든 걸 눈치챈 남자는, 하염없이 바네사를 흔들기 시작했다. “날 버리고 간 대가는 톡톡히 치르게 될 거야.” 크리스틴을 지운 바네사로서 만난 너는 더 눈이 부셔서 내 그림자가 더 짙어지는 기분이었다. 일러스트ⓒ감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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