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이찬영을 알고 지낸 시간이 무려 26년이다. 부모님끼리 아는 사이란 이유로 본인의 의지도 없이 당연하게 소꿉친구가 됐다. 어쩌면 그것부터가 문제였는지도 모른다. 소꿉친구로 자라지 않았다면 내가 이찬영 때문에 이렇게 마음 아플 일도 없었을 테니까. 이찬영과 알고 지낸 시간 26년. 그리고 내가 이찬영을 혼자 좋아하게 된 시간 7년. 정말이지 끔찍하리만치 오래된 시간이었다. “이제 그만할래……. 이찬영 안 좋아하고 싶어.” 지독하게 마음고생을 하고 만들어낸 결론이었다. 나는 더 이상 이찬영에게서 친구의 선을 넘지 않기로 했다. “이찬영, 우리 친구 그만할까? 거리 좀 두고 지내자.” “그딴 소리 하지 말라고 했지. 장난으로라도 뱉지 마. 기분 나빠.” 친구를 유지하려면 모순되게도 내가 이찬영을 떠나야 가능했다. 그의 옆에 남아 있는 동안에는 절대 마음 정리를 할 수 없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나는 이찬영에게 말도 하지 않고 부모님을 따라 지방으로 내려왔다. 이제 모든 게 끝났다고 생각했다. 우습게도 마음 정리가 되기는커녕 이찬영에 대한 그리움만 커져 갔다. 그 말인즉슨, 내가 이찬영을 다시 만나러 가는 일도 없을 거란 뜻이었다. “우정이란 게 참 가벼워. 그렇지? 윤슬아. 난 네가 사라진 시간 동안 계속 묻고 싶었어. 대체 너한테 난 뭐였어?” 이찬영이 함부로 친구의 선을 넘어버리기 전까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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