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의뭉스러운 죽음은 연서를 다시 유원재로 불러들였다. 고요는 찰나였다. 진실에 닿기 전, 불청객이 들이닥쳤으므로. “못 보던 게 있네.” 권태로운 눈빛, 나른하게 걸린 조소. 잘 빚어 놓은 조각상 같은 이목구비의 남자. “여기서는 꽃만 키우는 줄 알았는데 사람도 키우나 봐요.” 안팎으로 광견이라 불리는 류재언. “어느 쪽입니까.” “…….” “여기서 너랑 붙어먹는 사람이 누구냐고.” 십 년 전 유원재 정원에 불을 지르고 떠난 미친개는 돌아오자마자 정원에 덫을 풀기 시작했다. “이 정도 각오는 하고 왔어야지.” 연서는 그제야 깨달았다. “이번이 마지막이야.” 지금 이 외설적인 행위 또한, 협박의 연장선이라는 것을. “네가 유원재에서 벗어날 수 있는 마지막 기회.”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연서는, 순순히 그를 이용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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