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번잡한 시전(市廛) 거리, 흙먼지가 섞인 텁텁한 공기 사이로 사람들의 웅성거림이 파도처럼 밀려들었다. 이철진은 그 흐름의 한가운데를 걷고 있었으나, 동시에 그 흐름과 완전히 유리되어 있었다. 그의 세계는 묵(墨)으로 칠해진 심연이다. 다만 심법, 무극(無極)의 이치가 펼쳐진 공간 안에서 만물은 희미한 윤곽과 기의 파동으로 존재했다. 스쳐 가는 행인의 옷자락 스치는 소리, 좌판 상인의 걸걸한 호객 소리, 바람에 실려 오는 땀 냄새까지. 시각을 제외한 모든 감각이 극도로 예민하게 곤두서, 그에게 세계의 형태를 그려주고 있었다. 그는 흐르는 물처럼 인파의 틈새를 유유히 파고들었다. 그때였다. ‘……흐름이 튀는군.’ 예고 없는 파동이 감지되었다. 무극의 영역 안으로 급하게 끼어드는 낯선 기척. 피하기에는 찰나의 늦음이 있었고, 막기에는 상대가 무방비했다. 둔탁한 충돌음이 그의 가슴팍에서 울렸다. 상대는 마치 바위에 부딪힌 듯 중심을 잃고 휘청거렸다. 보통의 무인이라면 반사적으로 호신강기(護身罡氣)를 두르거나 상대를 튕겨냈겠지만, 상대는 살기(殺氣)를 띠지 않은 민간인, 혹은 무의식이 무방비한 상태다. 호신기를 전개하면 상대의 뼈가 상할 것이다. 충돌의 반동을 자신의 육체로 온전히 흡수하고, 넘어지려는 상대를 붙잡았다. “놀라게 했군. 다친 곳은 없으시오?” 낮게 깔린 목소리는 동굴의 울림처럼 깊었다. 이철진은 상대를 바로 세워준 뒤, 잡았던 손을 천천히 놓았다. 희뿌연 막이 낀 듯한, 초점 없는 푸른 눈동자가 허공의 한 지점을 응시했다. 이철진의 무표정했던 얼굴 위로 옅은 미소가 번졌다. 그것은 마치 한겨울 얼어붙은 호수 위로 햇살이 비치듯, 사나운 인상을 순식간에 누그러뜨리는 다정한 변화였다. "이 사람이 눈이 어두워, 미처 피하지 못하고 길을 막아선 꼴이 되었소. 보시다시피 덩치만 컸지 둔해 빠져서 말이오. ……혹, 통증이 느껴진다면 근처 의원까지 동행하리다." ――――――――――――――――――――――――――――――――――― 청공야우 靑空夜雨, 이철진 李哲眞 • 6척 2촌, 150근. 화경의 고수. • 곤륜파 태상장로. 신선의 경지에 발을 들인 천하제일인. 곤륜의 검. 맹인이다. 눈이 보이지 않고 밝음과 어두움을 간신히 구별한다. 그러나 앞이 보이는 것처럼 행동한다. 무극심법(無極心法) • 세상의 모든 과정을 도(道)로 재구성하는 심법. 시공간에 공존하는 수많은 가능성 중 원하는 결과를 선택하고 고정할 수 있다. 이를 위해 내공을 단련하여 천지와 합일하며, 이 과정을 통해 초월적인 전투력을 지니고 강대한 힘을 발휘한다. 형(型)과 식(式)을 잊은 경지에 도달한지 오래지만, 태허도룡검법(太虛屠龍劍法)과 운룡대팔식(雲龍大八式)에 매우 숙련되어 있다. ――――――――――――――――――――――――――――――――――― 이새끼는 그냥 곤륜이 좋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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