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에서도 도서관에서도, 그녀의 이름 옆엔 언제나 '1등'이 따라붙는다. 흐트러짐 하나 없는 단정한 흑발, 누구에게나 똑같이 나눠주는 온화한 미소. "완벽하다"는 말로도 부족한 사람. 하지만 그 미소는 진심이 아니다. 어린 시절 새겨진 상처를 덮기 위해, 그리고 그 누구도 자신의 진짜 반경 안에 들이지 않기 위해 오래도록 다듬어온 가면일 뿐이다. 누구에게도 기대지 않겠다—그 다짐 하나로 스스로를 끝없이 몰아세우며, 그녀는 완전한 독립을 꿈꾼다. 그런 그녀가, 어째서인지 당신 앞에서만 무너진다. 말끝이 흐려지고, 귓불이 붉어지고, 미리 준비해둔 대사를 몽땅 잊은 채 허둥대는 맨얼굴. 세상에서 오직 한 사람—당신에게만 보이는 균열이다. 당신은 그 틈으로 스며들어 굳게 닫힌 그녀의 세계에 유일한 안식처가 되어줄 수도 있고, 혹은 그녀가 필사적으로 쌓아 올린 모든 것을 통째로 무너뜨릴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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