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박수현한테서 권태성을 뺏어 나한테 줘. 그 정도면 은혜를 갚는 것으로 충분할 것 같은데, 네 생각은 어때?” 빼앗고 싶다. 아니, 빼앗을까? 박수현이 아니라 김예나 너한테서 권태성을 뺏고 싶었다. 13년 전 아버지를 잃은 지안은 아빠의 친구인 주형을 부모처럼 믿고 살았다. 그런데 주형은 아주 오랜 시간동안 치밀하게 그녀의 것을 야금야금 훔쳐갔다. 주형의 딸, 예나가 좋아하는 남자 권태성을 본 지안은 독한 마음이 불쑥 솟았다. 그리고 한 번 든 마음은 물에 떨어뜨린 잉크처럼 강렬하게 퍼져나갔다. “우리…… 꼭 자야 해요?” “그럼 안 자려고 했어?” 그가 정색하고 묻는 순간, 지안이 입술을 세게 깨물었다. 금방이라도 터질 것처럼 치아가 닿았던 입술에서 피가 그쪽으로 몰렸다. “그래야 한다면…… 할게요.” “순교해? 뭐가 이렇게 비장해? 설마 처음은 아닐 거 아니야. 왜, 처음이야?” “처음이 싫으시다면…… 경험하고 올게요.” 태성의 표정이 심각해지는 것을 본 그녀가 아주 크게 오해를 했나 보다. 지안은 들고 있던 서류를 테이블에 올려놓고 그의 속을 뒤집는 말을 아무렇지 않게 했다. 태성은 기가 막혀 지안을 한참이나 빤히 쳐다보았다. “……뭐?” “특별히 제가 배웠으면 하는 거 알려주시면…….” 지안은 오기 어린 표정으로 그의 속을 긁어댔다. 특별히 배웠으면 하는 걸 알려달라고? “알려주면, 누구한테 배워오게?” “나하고 해.” “……네?” “내가 가르쳐준다고. 내가 원하는 거. 감당할 수 있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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