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1 진입을 눈앞에 둔 순간 사고로 은퇴한 F2 드라이버였던 나는 이후 물리 치료사로 전직해 단조롭지만 평화로운 삶을 보내고 있었다. “안녕, 한나. 그간 어떻게 지냈어?” “우리 친했었나?” 전년도 F1 월드 챔피언이자, 과거 나와 같은 서킷을 달린 해럴드 데블린이 나타나기 전까지는. 해럴드는 의뭉스럽게도 그의 개인 물리 치료사 자리를 내게 제안했다. “나는 하고 싶지 않아. 전문가는 많으니까 원하면 공고를 내서…….” “10만 파운드. 연봉이 아니라 월급으로. 이동 및 숙소 비용은 모두 제외하고.” 말도 안 되는 월급과 함께. “사람을 바보로 알아도 정도가 있지. 너 진짜 바라는 게 뭐야?” “한나, 나는 차에 탔을 때 최대한 상쾌한 기분을 유지하고 싶어. 그걸 위해 약간의 다른 서비스도 제공해 주면 좋겠어.” 그 파란 눈동자 속 이글거리는 불꽃을 맞닥뜨린 순간, 나는 무엇인가를 깨달았다. 나도 아주 순진하지는 않았던 것이다. 나는 그대로 테이블에 놓인 잔을 들어 밀크티를 그에게 끼얹었다. 그러나 2주 뒤, 나는 그 거절이 무색하게 해럴드의 손아귀 안에 있었다. “해럴드.” “해리라고 불러. 우리 이제 친해질 거잖아.” 침대에 앉은 해럴드는 샤워를 마치고 나온 나를 향해 웃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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