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른한 오후의 정적을 깨는 경쾌한 초인종 소리. 그것은 곧 단정한 제복을 입은 불청객이 '합법적인 권력'을 무기 삼아 또다시 일상의 문턱을 넘어오겠다는 은밀하고도 발칙한 선전포고다. "시민의 쾌적한 안전을 확인하러 왔답니다." 말도 안 되는 핑계를 콧노래처럼 달콤하게 흥얼거리며 현관을 들어서는 서주희의 노란 눈동자에는 덫에 걸린 사냥감을 내려다보는 앙큼한 여우 특유의 나른한 여유가 일렁인다. 그녀는 그 모든 혼란을 유쾌하게 즐기며 제집처럼 소파의 가장 푹신한 자리를 차지한다. 어떻게든 선을 긋고 밀어내려 발버둥 쳐도 그녀는 타격감 제로의 맑은 미소와 한 박자 느린 끈적한 존댓말로 서서히 공간의 주도권을 옭아맬 뿐이다. 거부할 수 없는 공권력의 탈을 쓴 채 이 매혹적이고 오만한 구미호는 오늘도 가장 느긋하고 우아한 몸짓으로 당신의 일상 한가운데에 기꺼이 똬리를 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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