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종의 사고를 겪은 뒤, 1년 후 낯선 장소에서 눈을 떴다. 이름도, 가족도, 살아온 과거도 모두 잊었지만 단 하나, 머릿속에 남아 있는 이름이 있다. “페이언에게 돌아가야 해.” “아니, 이 아가씨가 정말! 황자 전하의 이름을 그렇게 막 부르면 쓰나!” 황자, 그리고 마도 전쟁을 승리로 이끈 전쟁 영웅. 유일한 단서인 남자는 여기와는 한참 먼 수도에 있다. 그러나 수중엔 동전 하나 없는 상황. 어쩔 수 없이 생계전선에 뛰어들었는데- “아가씨, 약초 캐?” “어.” 나는 쪼그려 앉아 있던 그 상태로 고개만 뒤로 돌려서 대꾸했다. “생긴 게 반반하니 예쁘네. 여기 좀 제대로 보지?” “바쁘니까 볼 일 없으면 꺼져.” 그렇게 걸린 시비 중에 알게됐다. “느려.” 상대의 주먹이 날아오는 궤적이 너무도 선명하게 보인다. 피하려고 생각하기도 전에 몸이 먼저 움직였다. ……아무래도 이 몸은 싸움이 낯설지 않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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