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랑 잘까요.” “네? 대표님, 방금 뭐라고…….” 언제부터였더라. 옅게 풍겨 오는 샴푸 냄새, 가느다란 손목, 흔들리는 연갈색 눈동자. 비서 신유원의 모든 것에 이유 모를 갈증이 치밀기 시작한 게. <남자 친구 있습니까?> <……네, 있습니다.> 어느 날, 휴대폰을 들여다보며 안절부절못하던 신유원에게 충동적으로 던진 질문이었다. 멀쩡하게 애인이 있다는 여자가 왜 자신을 바라볼 때면 그토록 무방비해질까. 왜 닿지도 않은 손에 귓불을 붉히며 도망치듯 물러설까. “회사까지 찾아와서 행패 부리는 남자한테, 이 정도는 해 줘야 비슷한 수준 아닌가 싶은데.” 기어이 그 애인이라는 새끼가 한심함을 보란 듯이 증명하고 나자, 우진은 더는 참을 이유가 없었다. 비서를 갈아치워야 하는 번거로움을 감수하더라도, 이 충동의 끝을 확인해야 직성이 풀릴 것 같았다. 제 발로 걸어들어 온 주제에, 여자의 눈동자는 형편없이 떨리고 있었다. “……조건이 있어요. 회사에서도 달라지는 건 없었으면 해요.” “왜, 막상 나쁜 짓 하려니 겁나요?” 우진은 신유원의 가는 목덜미 쪽으로 느릿하게 얼굴을 내렸다. 제 숨결이 닿자, 하얀 귓바퀴는 보란 듯이 더욱 발갛게 물들었다. “뭘 겁내. 내가 그 새끼보다 훨씬 잘할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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