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공주 이선은, 왕의 피를 이었으나 여자로 태어났다는 이유로 할 수 없는 게 너무 많았다. 혼례 전 지아비가 될 사람의 얼굴을 보는 것조차 마음대로 할 수 없다니. “그렇다면 나는 더더욱 해야겠다. 여자라서 할 수 없다는 그 모든 일을.” 부마 간택을 피하고자 지아비가 될 한수겸을 직접 찾아갔다. 혼사를 물리려는 심산이었다. 그런데. “그러지 마시고. 어차피 해야 할 혼례라면 저와 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공주 자가가 원하는 대로 해 드릴 것입니다.” “내가 원하는 대로?” “자유를 원한다 하시지 않으셨습니까.” 선이 미간을 찌푸렸다. “조선 땅에서 여인이 자유롭게 살 수 있는 것은 한계가 있습니다. 임금님이 되지 않는 이상.” *** “자가께서 그저 평범한 아낙이 되시면 저는 범부가 될 것이고, 자가께서 공주가 되시면 저는 부마가 될 것입니다. 자가께서 군주가 되시면, 저는… 왕부(王夫, 임금의 배우자)가 되겠지요.” “제가 없으면요.” 수겸의 미간에 살짝 주름이 생겼다. “그럼….” 수겸이 말을 이었다. “…저도 없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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