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비 종교에 심취한 부모 탓에 거액의 빚을 진 아멜리는, 괴이들이 살고 있는 신들의 도시 '성채'의 광륜대학교에 강제로 표류당한다. 그곳에서 마주한 건 스스로를 교수라고 주장하는 상위 존재, 말로. “교수님이 절 주웠다고 제가 교수님 게 되는 건 아니잖아요.” “……아니야?” 아멜리는 그에게 도움을 받는 대신, 그의 한 명뿐인 수강생이 되기로 하는데……. 문제는 이것들, 대학이 뭔지도 모르는 것 같다. ▶잠깐 맛보기 “교수님. 여긴 어쩐 일이신가요? 지금은 업무 시간이 아니신 걸로 아는데…….” 남자가 머뭇대며 묻자 말로가 한 발짝 옆으로 비켜났다. 비로소 나를 발견한 그의 눈이 커졌다. “내가 방금 학생을 하나 주웠거든. 지난번에 얘기했잖아. 듣겠다는 학생이 하나라도 있다면 얼마든지 강의하게 해 주겠다고.” “그러니까 교수님 말씀은, 저…… ‘학생’을 연구소에서 찾으셨다는 건가요?” “응, 복도에서 헤매고 있던데.” 맞는 말이긴 하지만 기분이 좀 이상했다. 복도에서 헤매는 걸 주웠다니, 무슨 강아지도 아니고. 남자가 들릴 듯 말 듯 한숨을 쉬더니 내게 손짓을 했다. 말로를 보았을 때 반응을 보면 이쪽은 아무래도 인간이겠지. 그의 책상 앞에 다가서자 그가 톡톡, 펼쳐진 노트를 두드렸다. 고개 숙이지 말고 눈으로만 읽으세요. 구조 B팀 팀장 권태현입니다. 현재 자아가 손상, 왜곡되거나 신체 혹은 정신적인 위협을 겪고 있는 상황입니까? 만일 그렇다면 작게 고개를 끄덕이세요. 자아에 손상? 존속에 위협? 나는 여전히 문가에 서서 나를 바라보고 있는 말로를 힐끔 곁눈질하고는 살짝 고개를 저었다. 내 반응을 확인한 권태현 팀장이 말로를 불렀다. “저, 교수님. 제가 이 학생과 먼저 얘기를 좀 나눠 봐도 될까요? 끝나는 대로 연구실로 연락드리겠습니다.” 말로의 고개가 한편으로 기울어졌다. 그는 빤히 우리 쪽을 바라보더니 입을 열었다. “……둘이서만 무슨 얘길 할 건데? 내가 들으면 안 되는 얘기야?” 기분 탓일까. 그가 물을 때, 낮게 쉬잇, 하는 소리를 들은 것 같았다. 갑작스레 돌변한 분위기에 오소소, 소름이 돋았다. “내 학생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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