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웹소설

작품 소개

“계산된 일탈이었어요.” “계산된 일탈치고는 꽤 질척거렸던 것 같은데.” “누가요?” “석 달씩이나 같이 질척거려 놓고 시치미를 떼는 건 비양심적이지 않아요? 죽고 싶을 만큼 좋다고 말하던 기억은 깡그리 잊으셨나 보네? 나는 요즘도 잠들기 전에 그쪽 생각하는데.” “미쳤어요?” “그러고 보면 미친 듯이 해대긴 했었어요, 그렇죠? 그 짓거리밖에는 할 줄 모르는 인간들 같았으니까.” 멍청하기도 하지. 남자 친구이기 이전에 믿었던 선배였고, 누구에게나 바르던 선배에게 사귀는 내내 들었던 그 말 때문에, 확신조차 할 수 없었던 시시한 사랑과 빌어먹을 이별 때문에 자존감이 무너질 대로 무너진 윤형은 도쿄로 파견을 나가 만났던 주완과의 시간을 그저 계산된 일탈이라 생각했다. 잠깐 있다가 사라지는 행복이야말로 불행이라는 걸 모르고, 그녀와의 만남이 주완에게 절망 속에서 잃어버린 눈물이자, 까맣게 잊고 산 온기였다는 것을 모른 채 그저 잊어야 하는 기억이라고 생각하며 묻어 버리려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주완이 나타난다, 그것도 윤형의 회사 상사로. [본문 내용 중에서] “씨발…… 내 인생에 그때처럼 막막했던 적은 없었어.” 윤형은 머리카락이 곤두섰다. 그의 삶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어떤 절망이 있었는지 들어서 알고 있었다. 막막하다는 게 어떤 건지 누구보다 여실히 경험했을 주완의 말이 윤형의 고개를 들지 못하게 했다. 젓가락으로 애꿎은 밥을 헤치며 그녀가 말했다. “연락했다가…… 후회하게 될 것 같아서 안 했어.” “무슨 후회? 괜히 연락했다는 후회?” “빈정거리지 마. 당신이…… 비웃을까 봐 연락하지 않은 것뿐이야.” “뭐라고?” 요란한 소리를 내며 주완이 쥐고 있던 젓가락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윤형은 그의 눈을 뚫어지게 쳐다봤다. “당신은 그냥 해본 소리인데 나 혼자 의미를 두고 있었을 수도 있으니까…….” “당신한테 내가 그 정도로 밑바닥이었어? 하, 기가 막히는군.” 주완은 쓴웃음을 감추지 못했다. 머릿속이 멍할 만큼 어처구니가 없었다. “나한테도 쉬운 시간은 아니었어.” “그걸 지금 변명이라고 하는 거야? 적어도 나는 당신이라는 여자를 믿었어.” “…….” “연락처를 가르쳐 주지 않는 당신을 기다릴 수 있었던 건, 믿었기 때문이야. 잠깐 그 짓거리를 하려고 나를 만난 여자 같진 않았으니까.” “…….” “계산된 일탈? 당신이 그 말을 했을 때 내가 왜 분노했는지 알아? 내가 아는 배윤형이라는 여자는 그런 소리를 태연하게 지껄일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야. 내가 아는 배윤형은…… 내가 잃었던 것들을 되찾게 해줄 만큼 생생한 현실이었고, 진심이었어.” 고개를 숙인 윤형은 두 손으로 눈가를 가렸다. 걷잡을 수 없는 눈물이 쏟아졌다. 소리 없이 흐느끼는 그녀에게 주완이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당신은 눈물을 잃어버린 내게 그 눈물을 되찾게 해준 사람이야.” 그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 쥔 채 자리에서 일어나는 윤형의 팔을 잡아당겼다. 휘청이며 그녀가 주완의 품에 안겼다. 주완은 제 품을 빠져나가려 버둥거리는 윤형을 힘껏 끌어안았다. 그리고 흐느끼는 그녀의 귓가에 나직한 소리로 말했다. “하루도 당신을 잊은 적 없어.”

작품 정보

〈밀(密), 접(接)〉은 고은영 작가의 로맨스 웹소설이다.

리디·네이버시리즈에서 볼 수 있는 완결작이며 출판사는 더로맨틱이다.

평점은 리디 4.7점(3명)이다.

리뷰

아직 리뷰가 없어요

첫 리뷰 쓰기

함께 볼 만한 작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