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소개
동대문 시장 한구석, 묵묵히 옷가게를 지켜 온 청년 이현성. 낮에는 평범한 장사꾼이지만, 새벽이 되면 아무도 남지 않은 상가에 홀로 서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옆 가게에서 남자 마네킹 하나를 얻게 되면서 그의 일상은 무너져 내리기 시작한다. 단순한 소품일 뿐이던 그것은 점차 움직이고, 속삭이고, 집착하기 시작한다. 현성은 도망치고 싶지만, 몸은 알 수 없는 감각에 휘둘리며 점점 더 옭아매인다. 공포와 욕망이 겹쳐지는 새벽, 현성은 과연 이 기괴한 존재로부터 벗어날 수 있을까, 아니면 끝내 그의 소유물이 되고 말 것인가. * 마네킹은 눈을 떼지 않고 그를 바라보았다. 텅 빈 시선이었지만, 살아 있는 인간보다 더 집요하게 현성의 시야를 가득 채웠다. 차갑고 매끈한 형체가, 손을 뻗으면 닿을 만큼 가까이 다가왔다. 등 뒤의 벽과 눈앞의 마네킹 사이에서, 현성은 마치 틈새에 갇힌 듯 꼼짝할 수 없었다. 딱딱한 플라스틱의 감촉이 손바닥에 전해졌다. 분명 가벼운 소품일 뿐이었고, 사람 몸집만 한 크기라면 충분히 밀어 낼 수 있어야 했다. 그런데. “……왜, 안 움직여.” 아무리 힘을 줘도 마네킹은 꿈쩍하지 않았다. 산더미 같은 무게가 갑자기 더해진 것처럼, 오히려 더 단단히 자리를 붙잡고 있었다. 현성의 팔에 힘줄이 솟고 손바닥에 땀이 맺혔지만, 마네킹은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벗어나려 애쓸수록 등 뒤 벽이 더욱 차갑게 등을 짓눌렀다. “왜…… 왜 안 움직여!!!” 현성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하지만 눈앞의 마네킹은 그저 묵묵히, 공허한 눈으로 그를 내려다볼 뿐이었다. 현성은 벽에 등을 붙인 채 숨을 몰아쉬었다. 아무리 밀쳐도 움직이지 않던 마네킹이, 이번엔 스스로 손을 들어 올렸다. 뻣뻣하게 굽은 손가락이 허공을 긁듯이 움직이며, 그의 어깨 쪽으로 천천히 내려왔다. 플라스틱이 내는 뻑뻑한 마찰음이 고요 속에 울렸다. “……그만 와.” 현성의 목소리는 갈라졌다. 그러나 마네킹은 들은 척도 않은 채, 차갑고 매끈한 손끝을 그의 턱 가까이에 멈춰 세웠다. 고개를 조금만 기울이면 닿을 듯한 거리. 텅 빈 얼굴이 아주 가까이 다가왔다. 무표정한 그 얼굴에 비해, 현성이 느끼는 압박은 오히려 살아 있는 인간보다 훨씬 더 강렬했다. 숨결 하나 없는 침묵. 그 공허 속에서, 현성은 마치 자신이 사냥감이 된 듯한 기분에 휩싸였다. 어깨 쪽에 닿았던 차갑고 매끈한 손이 어느새 현성의 목을 감싸 왔다. 숨통이 막히는 듯한 압박이 서서히 조여들자, 그는 본능적으로 두 손으로 그것을 떼어 내려 했지만 꿈쩍도 하지 않았다. “……크윽……!” 목이 죄여 오는 감각과 함께, 또 다른 손길이 그의 몸 아래쪽으로 미끄러지듯 내려왔다. 닿지 않았는데도, 닿은 것 같은 착각이 피부를 타고 번졌다. 머릿속은 공포로 새하얗게 질렸지만, 몸은 오히려 낯선 감각에 떨리고 있었다. 현성은 눈을 질끈 감았다. 차갑고 무겁게 내려앉은 압박이 마치 그의 모든 숨결과 의지를 집어삼키는 것 같았다. “……살……려…….” 쉰 목소리가 겨우 흘러나왔다. 그러나 고요한 상가 복도는 그 외침을 집어삼켰다. * 가볍고 강렬하게 즐기는 미니 로맨스 & BL, 미로비 스토리 - BL 컬렉션 《동대문은 살아있다》
작품 정보
〈동대문은 살아있다〉는 구르는뱃살감자 작가의 BL 웹소설이다.
리디·봄툰·미스터블루·원스토리에서 볼 수 있는 완결작이며 출판사는 희우다.
최근 7일(10/21~10/27) 조회수는 미스터블루 4 늘어 누적 539였다.
평점은 리디 3.8점(8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