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소개
피가 낭자한 폐관된 서커스장에서 해골을 마주하면서부터 강현태는 매일 같은 꿈을 꾼다. 나체의 남자와 서커스 무대 위의 자신. 꿈에선 관중들이 마치 먹이를 눈앞에 둔 뱀처럼 그를 향해 손을 뻗고 기면서 그의 앞에 무릎을 꿇는다. 황홀함으로 바라보는 그들의 눈빛은 열기로 가득해 마치 시선으로 그를 범하듯 훑는다. 그리고 꿈의 마지막은 항상 나체의 남성과의 격렬한 성행위. ‘이건 단순한 꿈이 아니다.’ “범이로구나. 기억을 잃은 범이 이곳까지 찾아와 길을 끊으려고 하는구나.” 한 손에 방울을 든 무당은 딸랑딸랑 소리를 내며 눈을 감았다. 강현태는 그녀의 말이 꿈의 남자를 향한 말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조급한 마음이 들었다. 길을 잃은 범에 대한 의문은 이미 저 멀리 사라져 버렸다. 이제 제발 꿈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그럼 벗어나고자 할 땐 어떻게 해야 하죠? 말씀하신 길을 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조급한 마음이 표면적으로 내보였는지 조금은 빠르게 흩어졌다. 그러자 무당은 감았던 눈을 번뜩이며 흰자의 붉은 실핏줄을 내보였다. 한쪽 입꼬리를 올린 그녀는 고개를 뒤로 꺾으며 다른 손으로 스스로 목을 베는 시늉을 했다. “원혼과 너는 마치 사혼식(死婚式)을 치른 듯 끈끈하게 연결되어 있구나. 범이 원혼과 이어져 있다니 참으로 기묘한 인연일세.” 그녀의 한쪽 손에 들린 종이 뚜렷한 선을 그리며 옆으로 그어졌다. 그녀는 그 죽음이 너무나 즐겁다는 듯 “크크큭.” 거리며 강현태의 앞으로 얼굴을 푹 가까이했다. “거울이 가득한 방의 붉은 실이 감긴 검을 찾아 그곳에서 네 목을 베어 버리면 되지.” 죽어야 벗어날 수 있는 질긴 인연의 끝은 무엇일까?
작품 정보
〈용담 꽃을 품은 광(狂)대〉는 이행성나그네 작가의 BL 웹소설이다.
리디·네이버시리즈에서 볼 수 있는 완결작이며 출판사는 윤송블린이다.
평점은 리디 5.0점(2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