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소개
다음엔 나의 계장님께 마이크가 돌아갔다. 계장님이 노래하는 걸 처음 보고 듣게 되었다. 어두컴컴한 방안 현란한 레이저 조명 아래, 전주가 나온다. ‘어, 저거 어려운 노랜데!’ 내 걱정과 달리 그녀는 음정과 박자에 맞게 노래를 시작했다. 가사 내용과 어울리게 나직하고 서늘한 목소리가 실내에 스며들었다. 나는 두근거렸고, 눈도 깜빡이지 않고 그녀만 보았다. 오래전 난 꿈이 있고, 순수했지. 하지만 세상을 몰랐어. 난 순수한 게 아니라 순진했던 걸까. 광장에 끌려나가 군중에 둘러싸였네. 아니라고 말해도 거짓말이라는 비난 믿어달란 하소연에 돌 던지는 사람들. 쓰라리고 남루해진 몸 혼자 남았네. 세상이 씌운 오명 잊혀질 줄 모르고 숨어도 도망가도 나를 찾아내 마녀라네. 광장에 홀로 몰려 군중에 둘러싸여 떳떳하다 말해도 싸늘하던 비웃음. 자기들끼리 수군대며 영원한 낙인 찍었지. 쓰라리고 남루해진 몸 혼자 버려졌네. 세상이 찍은 낙인 흐려질 줄 모르고 언제든 어디서든 나를 보고 마녀라네. 그래서 나는 마녀, 인정하니 나쁘지 않았어. 누구보다 냉정하게 누구보다 사악하게 믿지 않는 세상에 되돌려주겠다는 맹세. 순수하지도 순진하지도 않지만 꿈은 남았어. 외로운 꿈 지키려고 난 아무도 믿지 않아. 내가 믿는 것은 나만의 차가운 심장. 순수하지도 순진하지도 않지만 꿈은 남았어. 하늘을 향해 낡은 빗자루 따윈 타지 않아. 내가 믿는 것은 나만의 차가운 마법. - 마녀의 맹세 - 왠지 노래를 못할 것 같다는 선입견을 깨고 그녀는 어려운 노래를 완벽하게 불렀다. 열 명도 넘는 사람들이 어깨동무하고 나란히 서서 코러스를 했다. 거의 끝에 가서 사람들은 ‘우리 구청 막내 노래 들어보자!’ 했다. 그래서 내게 순서가 왔다. 난 마이크를 받고 인사했다. “윤주인, 미모 미쳤다아!” 나보다 살짝 위 선배들이 박수하고 응원해 주었다. “우 윳 빛 깔 윤 주 인!” 김 주무관님도 입에 손을 대고 외쳐주셨다. 난 여유롭게 손을 흔들어주었다. 고르고 고른 노래의 전주가 경쾌하게 흘러나왔다. 계장님을 힐끗 보고 노래를 시작했다. 첫눈에 반했어. 이렇게 고백하면 선수라고 하는데 그래, 나 선수 맞아. 하지만 선수도 첫눈에 반할 때가 있는걸. 정말 처음이야. 이렇게 먼저 반하고 고백하는 거. 그래, 나 선수 맞아. 하지만 선수에게도 진심이 진심이 있는걸. 이렇게 진심인데 취했구나 말하며 웃기만 하는 너. 그래, 나 이 밤 취했어. 왜냐하면 선수에게도 용기가 필요하니까. 내 맘 꼭 받아줘. 그렇게만 해주면 난 새사람 될 거야. 이제 선수는 그만두고 평생 너만 보며 너만 위해 사랑할 거야. 넌 알게 될 거야. 맘잡은 선수가 얼마나 순수한지. 이 밤, 이 밤에 보여줄게. 맘잡은 선수하고 사랑이 얼마나 황홀한지. - 선수의 고백 - 용기 내 선택한 곡을 부르면서도 계장님을 똑바로 볼 용기까지는 모자라 다른 곳을 바라보거나 눈을 감았다. 마지막 부분을 부르면서 힐끔 계장님을 보았다. 그녀는 나를 보며 미소 짓고 있다.
작품 정보
〈[GL] 선수와 팥쥐의 인사불성 스캔들〉은 지현park 작가의 로맨스 웹소설이다.
리디에서 볼 수 있는 완결작이며 출판사는 만끽이다.
평점은 리디 4.7점(3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