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그네스의 불행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시작됐다. 그녀가 가지고 태어난 반점 하나 때문에. 하필이면 그 반점이 불의 악마를 상징하는 모양과 닮았기 때문에. 그건 그녀가 원해서 가지게 된 게 아님에도 불구하고. “네 결혼 상대를 정했다. 애쉬 루키우스 윈터튼 후작, 서부의 변경백이다.” 미델하르니스 대공가의 수치였던 아그네스는 팔려 가듯 시집가게 된다. 애쉬 루키우스 윈터튼 후작. 적군에게 습격받아, 식물인간이 된 남자에게. 그런데 악마를 상징하는 반점을 가지고 태어났기 때문일까. 아그네스의 불행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넌 실패작이야. 너만 아니었다면 네 언니에게 더 많은 걸 줄 수 있었겠지.” “그런 널 지금껏 키워 줬으니, 이제 그 값을 내놓으렴.” 실은 모든 게 가족의 계략이었고, 그들의 뜻대로 죽음을 맞이했으니. 하지만 이게 어찌 된 영문일까? 아그네스는 회귀했다. 시한부가 되어, 의식이 없는 남편과 결혼하는 그날로! 당연하지만 그녀의 목표는 하나였다. 자신을 죽일, 가족의 손아귀에서 벗어나기. 그런데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으니……. [……설마. 당신, 내가 보이나?] 전생에선 말 한마디 나누지 못했던 남편이 유령이 되어 나타났다? [조건이 있습니다.] “네?” [내 부탁을 한 가지만 들어주십시오. 그러면 당신이 대공 부부에게서 도망칠 수 있도록 끝까지 지켜 주고 도와주겠습니다.] 그렇게 맺어진, 유령이 된 남편과의 영혼을 건 계약. 아그네스는 무사히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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