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소개
“대타를 구해 오든, 직접 나서서 때우든, 뭔가 하란 말입니다. 그러라고 그 돈 주고 고용한 거니까.” “제가 뭘, 어떻게…… 대타라니, 설마 진심이신 건 아니죠?” 처음부터 감이 좋지 않았다. 워낙 큰 건이라 덥석 물긴 했지만, 웨딩 플래너 경력 5년에 이렇게 찜찜한 결혼은 처음. 그러니 이 사달이 난 게 어쩌면 당연한 건지도 모를 일이었다. 신부가 결혼식장에서 내뺐다. 그것도 결혼식을 불과 두 시간 앞둔 시점에! 남겨진 신랑이 좀 안됐다는 생각이 설핏 들긴 했지만, 세상에서 제일 부질없는 게 연예인과 재벌 걱정. 오늘 당장 망해도 삼 대는 떵떵거리고 살 대기업 막내아들보다는 연달아 세 건의 결혼이 엎어진 자신의 캐리어가 더 심각한 위기였다. 그래서 내치지 못했다, 전직 대통령까지 참석한 결혼을 파투 낼 수 없다는 신랑 측 압력을. 천만다행으로 도망친 신부와 체격이 비슷했다. 화장이 아니라 분장 수준인 신부 화장과 면사포로 얼굴까지 철저히 가려 버리자 그야말로 완전 범죄인 듯 보였고. 그렇게, 오늘 처음 본 남자의 손을 잡고 혼인 서약을 할 때까지만 해도 모든 게 잘만 돌아가는 것 같았다. 냄새를 맡은 기자가 첫날밤 숙박하기로 한 호텔 앞에 진을 치기 전까지는. 망할 놈의 소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퍼져 정말로 와이프 대행을 하게 되기 전까지는! [본문 내용 중에서] “정말 죄송하지만, 결단을 내리셔야 할 것 같습니다, 상무님. 아시다시피 이 상태로는 식을 진행하기 힘들뿐더러 하객분들도 생각하셔야 하니 차라리 예식 취소를 하시는 쪽이…….” “이로운이라고 했나?” “네?” “이름이, 이로운 웨딩 플래너로 기억하는데.” “아, 네.” 갑자기 이름을 들먹이기에 화들짝 얼어붙었던 몸에서 천천히 힘이 빠졌다. 어떻게 된 게 평범한 질문마저 취조 받는 것처럼 느끼게 만드는 재주를 지닌 남자였다, SJ 그룹 사도혁 상무는. “그럼 이참에 이름값 하면 되겠네.” “예? 그게 무슨……?” “이로운, 이름부터가 이타적이잖아.” 1인용 소파 깊숙이 등을 기대고 있던 남자가 상체를 세워 앉았다. 그는 앉아 있고 자신은 분명 서 있는데도 위축되는 건 비릿한 미소를 머금은 남자의 눈빛 때문이었다. 살면서 단 한 번도 뭔가에 겁먹어 본 적 없는 것 같은 시선. 천적이라곤 없는 세상의 지배자 같은, 누구라도 덤비는 순간 산 채로 갈기갈기 찢어 버릴 것처럼 매서운 눈동자. 눈 한 번 깜빡이지 않고 올곧게 바라보는 눈빛에 로운은 옴짝달싹할 수 없었다. 분명 미소 짓고 있지만, 냉소보다 더한 기운이 뼛속으로 스며드는 것만 같았다. “무슨 소리이신지 잘 모르겠습니다. 제가 뭘 어떻게…….” 말꼬리가 자꾸 숨어들었다. 자신의 실수가 아니니 당당해야 하건만, 남자의 눈빛은 사람을 주눅 들게 만드는 묘한 힘이 있었다. “이 결혼, 전직 대통령까지 참석하는 정치적 행사이자 쇼 비즈니스인 건 잘 알 테고, 무책임한 출연진이 펑크를 내긴 했지만, 그렇다고 총책임을 맡은 감독이 손 놓고 있으면 안 되지. 상도덕에 어긋나잖아.” “네?” “대타를 구해 오든, 직접 나서서 때우든, 뭔가 하란 말입니다. 그러라고 그 돈 주고 고용한 거니까.”
작품 정보
〈파트타임 결혼〉은 바람바라기 작가의 로맨스 웹소설이다.
리디·미스터블루에서 볼 수 있는 완결작이며 출판사는 더로맨틱이다.
최근 7일(10/21~10/27) 조회수는 미스터블루 7 늘어 누적 1,875였다.
평점은 리디 4.0점(340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