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그렇다면 너를 궁으로 불러 정부로 삼으면 되겠다. 하룻밤에 1리브르. 어때? 그래도 할래?” 평민 출신의 장군, 승전 영웅, 그리고 반 왕실 혁명의 주역. 에드윈의 이름 앞에는 수많은 수식어가 붙었지만, 그의 목적은 단 하나였다. 자신을 버리고, 가족을 죽음으로 몰아넣고, 왕비가 된 여자. 조제핀을 무너뜨리는 것. “에드윈. 나를 데리고 도망가 줘.” “에드윈, 우리 여기서 결혼을 약속하자. 우리 둘만의 약혼식을 하는 거야.” 무모하고 당돌하게 사랑을 이야기하던 백작 영애는, “승전 영웅? 그저 피로 물든 총을 든 평민에 지나지 않습니다.” “개는 어디까지나 개일 뿐입니다. 주인의 곁에 설 자격은 없지요.” 그를 밟고 올라가 세상에서 가장 고귀한 왕비가 되었다. 그녀가 프란시에의 가장 높은 곳에 있다면, 그곳으로 올라갈 것이다. 그곳이 손에 닿을 수 없는 바벨탑일지라도 그 끝까지. 아무도 자신을 밟을 수 없는 그곳까지. 그리고 비로소 그곳에 다다랐을 때, 그녀를 탑 아래로 떨어트릴 것이다. 그러니까 조제핀. 나는 반드시 살아서 너에게 갈 거야. “아무것도 가진 게 없는 왕비께서 사랑하는 딸을 위해 어디까지 할 수 있는지 볼까? 뭐든 하겠다고 했으니.” 에드윈은 최대한 잔인하게 그녀를 부수고 싶었다. 십 년 전 마지막 밤, 그녀가 그에게 던진 잔인한 말처럼. “고귀하신 왕비께서 이 개짓거리를 어디까지 할 수 있을까나.” 조제핀은 눈을 감았다. 그녀는 결심했다. 십 년 전, 1리브르로 그에게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줬다면 그가 그녀에게 똑같이, 아니, 어쩌면 더 많은 상처를 되돌려주더라도 기꺼이 마주하리라. 적어도 먼저 상처를 준 건 자신이었으니, 설사 죽음의 순간이 온다고 하더라도 사랑했던 남자를 위해 모든 걸 바쳐온 시간들을 후회하지 않으리라. 에드윈이 모르는 시간이, 조제핀에게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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