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저 사람 갖고 싶어, 기주야. 여상현.” 은현은 가지고 싶은 걸 제 손으로 가져본 적이 없다. 전부 정기주를 통해서 가졌다. “쟤랑 떡치고 싶어?” 낮은 목소리가 가까운 곳에서 들렸다. “아니. 그런 건 아니고.” 정기주가 그 다음 말을 기다리는 것처럼 은현의 입술을 빤히 바라봤다. “그냥 이제 좀 다르게 살고 싶어서.” 평범한 것에 만족할 줄 아는 사람으로 태어났으면 좋았을텐데, 아쉽게도 다시 태어날 방법이 없다. 그러니 이 욕망도 거세할 방법이 없다. 인간의 불행은 가질 수 없는 것을 욕망할 때 발현된다. 그리고 가질 수 없는 것을 가지기 위해 가진 모든 걸 내놓기도 한다. 은현은 오래전부터 가질 수 없는 것만 가지려드는 버릇이 있다. “어디까지 가는지 한 번 보자. 은현아. 내가 너한테 언제 정 떨어지는지.” * “우리 딸은 커서 뭐가 되려고 남자애들을 그렇게 패고 다니지?” 여상현은 단조로운 목소리로 말하며 내 가슴을 움켜쥐었다. 아현이가 또 싸웠구나. 어쩐지 입안이 바싹 말랐다. “너 닮은 건가?” “…나?” “어렸을 때 주먹질 좀 했나 봐?” 그는 새빨개진 유두를 손가락 사이에 끼우고 희롱하다 내 눈을 바라봤다. 거짓말의 기이한 속성은 여기서부터였다. 가까워지고 싶은 사람에게는 거짓말을 더 하고 싶어지지 않는다는 거. 나는 대답 대신 눈만 접어서 웃었다. 그리고 두꺼운 목에 팔을 감고 그의 허리에 다리를 칭칭 감았다. 그의 상체가 물렁한 가슴에 빈틈없이 맞붙었다. “뽀뽀해 줘.” “좋지.” 여상현의 부드러운 입술이 내 입술 위에서 뭉개졌다. 그는 느긋하게 입술을 비비다가 먼저 입술을 살며시 떼어냈다. 여전히 좁은 국부를 찬찬히 음미하듯이 느리게 허리 짓을 하는 여상현은 뭐든 다 들어줄 것 같은 나긋한 얼굴로 나를 본다. 기분이 좋은 것 같았다. 정기주는 무뚝뚝해도 치대고 귀찮게 굴 수 있는데 여상현은 그보다 훨씬 다정한데도 그러지를 못하겠다. 나는 아직 그 차이가 정확히 뭔지 몰랐다. 그저 오만한 태에서 흐르는 여유에 괜히 눈치를 보고 있을 뿐이다. 여전히 이 관계의 지휘권은 여상현의 것이다. 결혼까지 했는데 여상현은 내 맘대로 컨트롤이 안 되는 부분이 많았다. 그도 좋아서 내 장단에 맞춰 준 거지 자발적으로 내 손바닥 위에 자신을 둘 사람은 아니었다. 농염하면서도 야성을 띈 얼굴이 진중했다. 여상현이 고민하는 듯한 눈빛으로 내 얼굴을 한차례 쓸고 내려갔다. “난 여보 밖에 없어.” 그 말에 여상현은 특유의 날 선 미소를 띠었다. 냉한 인상에 어울리지 않은 보조개까지 만들면서. “알아. 아니까. 좆 대주는 거지.”
〈발칙한 피〉은 청자두 작가의 현대물 웹소설이다.리디에서 완결된 작품이다.출판은 에피루스에서 맡았다.
태그는 갑을관계, 계략남, 고수위, 나쁜남자, 능글남이다.평점은 리디 4.5점, 리디 5.0점이다.누적 조회 수는 805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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