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그 예쁜이구나?” 강림의 웃음기 묻은 중저음 목소리가 툭 날아들었다. 봄과 여름 사이에 머문 계절의 햇살처럼, 청량하고도 간질거리는 첫사랑이 시작된 순간이었다. “오빠. 이런 얼굴로 살면 어떤 기분이에요?” “마음에 들어? 너 나 가질래?” “가진다고 하면 줘요?” “오빠가 예쁜이한테 장가가면 되잖아. 그게 싫으면 예쁜이가 오빠한테 시집오든가.” 숨을 쉬는 모든 순간이 서로의 온기로 채워졌던, 그런 날들이었다. 하지만 우리는 예고 없이 찾아온 긴 이별을 맞이했다. 타다 남은 장작의 마지막 연기처럼 그날들의 기억이 희미해질 무렵. “전략 기획팀 서다인 주임. 앞으로 잘 부탁해요.” 재회의 순간 또한 예고 없이 찾아왔다. 말할 수 없는 비밀을 품은 다인은 과거 따위는 잊고 어떻게든 강림에게 접근해야 했다. “본부장님이랑 자고 나서, 계속 그날이 생각났어요.” “그날이 계속 생각나서 나랑 하고 싶은데, 진지하게 만날 생각은 없다. 그 말입니까?” 뻔뻔하게 대꾸하는 낯에는 즐거움이 피어올랐다. “서다인 씨가 내 아래에서 세 번 울 때마다, 좋아하는 거 하나씩 선물로 주는 걸로 합시다.” 아니, 이유 모를 집착과 소유욕이 오만하게 피어올랐다. “그럼 한 번은 지금 바로 채우죠.” 남자를 뒤흔들 각오로 건넨 제안이건만. “아까부터 참느라 눈 돌아갈 뻔했거든.” 다인의 세상이 그로 인해 다시 흔들리기 시작했다. 일러스트. 메이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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