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우리 집 하녀네. 맞지?” 임유하가 대학을 졸업하고 돌아온 스물셋. 외할머니 때부터 삼대가 얹혀살며 식모살이를 하고 있는 대현동 저택의 등나무 아래에서, 열일곱의 철부지 막내 도련님 지민규를 만났다. “야. 담배 꺼.” “너 뭐야? 나 알아?” 구시대적이라고 생각했다. 이런 상하관계는 말도 안 된다고. 그래서 늘 탈출하고 싶었다. 처음부터 놈이 싫었다. 오만하고 무례하고 겁대가리 없는 녀석. 그녀는 지민규의 담배를 빼앗아 담장 너머로 던져 버렸다. 엄마가 너희 집의 식모일지 몰라도 난 아니라고. 그는 헛웃음을 켜며 중얼거렸다. “저거, 미친 계집애네?” 그게 시작이었다. 악연인지, 필연인지 모를 운명은. 너와 내가 남자와 여자로 마주쳤던 순간은. 우리가 넘지 말아야 할 서로의 경계선에 발을 디딘 때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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