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소개
“하악―!” 번쩍 들어 올린 해발의 앞발에 목표물은 날카로운 비명을 지르며 땅바닥으로 꼬꾸라졌다. 이상한 형태의 짧은 머리가 조막만한 얼굴로 쏠려 있어 사낸지 계집인지 분간이 가지 않았다. 옷차림 또한 생소했는데 드러난 뼈대가 하도 가냘파서 사내아이처럼 보이기도 했다. 야율은 용환두를 뽑아 목표물의 턱으로 가져가 치켜 올렸다. 옅고 가느다란 머리카락이 새털처럼 흩어지며 새하얗고 투명한 얼굴이 드러났다. 반달 모양의 커다란 두 눈은 공포에 질려 비안개처럼 뿌옜고 분홍빛의 도톰한 입술은 파르르 경련을 일으키고 있었다. 곱상한 계집이었다. 뭔가 특별한 것이 걸리리라 기대하고 있던 야율은 실망감을 느꼈다. “누구냐.” 야율의 차가운 물음에 계집은 얼이 빠진 듯 도리질을 쳤다. “대답하지 않으면.” 검날이 턱에서 계집의 가느다란 목으로 그어졌다. “죽는다.” 힘을 주지도 않았는데 즉각 붉은 실선이 생기며 새빨간 피가 띄엄띄엄 피어올랐다. 그 연약함에 야율의 심장이 따끔거렸다. 처음 느껴 보는 이상한 감정이었다. 갑자기 짜증이 밀려왔다. 야율은 검 끝에 불필요한 힘을 실었다. “아……!” 계집은 고통스런 비명을 터트리며 야율을 올려다보았다. 비안개는 눈물이 되어 계집의 반달눈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곧 눈물방울을 달고 있던 기다란 속눈썹이 그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깜빡거렸고 발갛게 달아오른 볼에 툭 떨어졌다. 뽀얀 눈물은 볼을 타고 내려와 살짝 벌어진 입술로 스며들었다. 눈물을 문 입술은 계집의 가냘픈 목에 솟고 있는 붉은 피보다 더 붉게 달아올라 있었다. 또다시 심장이 따끔거렸다. “넌 누구냐.” 야율의 반복된 질문에 계집 또한 힘없는 도리질을 되풀이했다. 화가 났다. 그리고 초조했다. 야율은 계집의 목에서 검을 거두고 계집에게로 손을 뻗쳤다. 계집은 소리 한번 지르지 못하고 당겨져 야율의 앞에 태워졌다. 야율의 단단한 가슴팍에 부딪친 몸은 작고 허약했지만 두려움에 떠는 부푼 젖가슴과 작은 엉덩이와 이어진 가냘픈 허리의 굴곡이 야율의 손아귀와 단갑 안의 육체까지 자극했다. 계집의 몸에 달붙은 천 위로 핀 유두가 야율의 시선 아래서 파르르 흔들리며 야율의 심장을 움켰다. 잘못 만지면 부러질 것만 같았다. 야율은 달려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자 주인의 마음을 읽은 해바가 달리기 시작했다. 거미줄처럼 엉기정기 펼쳐진 숲이 눈앞에서 휙휙 사라져 갔다. 그 자리에서 죽일 수도 있었지만 죽이지 않았다. 그건 한기의 은신처 주변에서 발견한 계집이니 필시 한기와 어떤 관계가 있을 것이라는 이유 때문이었다. 하고 있는 행색이나 생김새도 특이했다. 이 계집에게는 분명 어떤 비밀이 숨어 있을 것이다. 이 계집을 한기의 발아래 던져 놓았을 때 한기가 어떻게 나오는지 어서 보고 싶었다. 그제야 야율은 마음이 안정되고 화가 가라앉았다.
작품 정보
〈능해목의 령〉은 현미정72 작가의 로맨스판타지 웹소설이다.
조아라에서 볼 수 있는 완결작이다.
연재 시작은 조아라 2023년 12월 24일이다.2026년 10월 17일 기준 연재 회차는 조아라 191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