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소개
실레논이 죽었다. 뭐 이 정도면 나쁘지 않은 죽음이라고 생각한다. 마리나처럼 맞아죽지도 않았고 톰처럼 귀족에게 맞은 상처가 덧나서 죽은 것도 아니니 말이다. 그저 다른 수많은 아이들과 다름없이 추위를 이기지 못해 얼어죽었을 뿐이다. “...레나 살아있어?” 옆에서 들려오는 작은 목소리에 고개를 돌리려 했지만 움직이지 않는 몸에 작게 ‘응’하고 대답할 뿐이였다. “우리 죽는건가?” “아마 그러지 않을까?” 길가의 마차 소리와 사람들의 말소리에 묻혀 거의 들리지 않는 소리였지만 우리는 서로의 소리를 똑똑히 들을 수 있었다. 실레논과 히페리온은 내 유일한 가족이였다. 내가 기억하는 가장 오래 전부터 나는 이 둘과 함께 이 거리 위를 살아왔다. 굶을 때에는 함께 굶었고, 먹을 것을 찾았을 때에는 함께 나누었으며, 서로에게 이름을 주었고 서로의 이름을 불러 주는 것도 우리 뿐이였다. “만약에 실레논이 말한 다음 생이라는 것이 진짜로 있다면 우리 그때에는 꼭 바다에 가자.” “그래 너랑 나랑 실레논이랑 셋이서 꼭 같이 가자.” 따끔거리는 따뜻함이 내 오른손에서 느껴졌다. 바다를 가기 위해 작은 깡통에 모아두었던 동전을 다 못쓰고 죽는 것이 조금 아쉽기는 하지만 셋이서 함께 가기로 했으니 어쩔 수 없이 다음생이 있기를 조용히 마음속으로 빌어볼 뿐이었다. 살을 벨것만 같았던 차가운 바람이 점차점차 느껴지지 않고 오른손의 따끔함이 다시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을 때 쯤 나는 눈을 감았다. 눈을 감기 전 잠깐 보였던 흰 불빛이 우리를 다음생이라는 곳으로 데려가 실레논을 다시 만날 수 있게 해주기 만을 빌며 그렇게 나는 눈을 감았다. 표지 출처: 픽크루
작품 정보
〈실레논을 위하여〉는 꿈의뜻하람 작가의 로맨스판타지 웹소설이다.
조아라에서 연재 중이다.
연재 시작은 조아라 2021년 12월 4일이다.2026년 10월 16일 기준 연재 회차는 조아라 9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