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소개
밤바람이 서역의 회랑을 스쳤다. 달빛 아래, 황폐한 전각에 홀로 앉은 노인은 무겁게 눈을 감았다. 서책과 비단 두루마리가 가득 쌓인 방 안, 오래된 향 냄새가 가라앉아 있었다. “검과 살… 결국 또 그 날이 오는 것이냐.” 그의 시선이 닿은 바랜 기록 위에서, 낯선 문양이 희미하게 빛났다. 오래도록 전해진 전언. 누구도 믿지 않았으나, 천군의 자리에 앉은 자라면 결코 외면할 수 없는 운명. 노인의 손이 떨렸다. 수백 년 전, 피와 모래 위에서 새겨진 비극의 흔적이, 지금 이 순간 되살아나는 듯했다. 어디서부터 스며든 것인지, 전각 안에 낮고 부드러운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두려우십니까?” 노인은 고개를 번쩍 들었다. 문도, 창도 열리지 않았는데, 어둠은 이미 방 안에 자리를 틀고 있었다. “검과 살이 다시 깨어난다 한들…” 그 목소리는 낮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 “결국 그것을 쥐는 건 신도 아닌, 사람일 뿐이지요.” 달빛이 서늘히 전각을 가르고, 그림자가 길게 흔들렸다. 노인의 손끝이 경전을 움켜쥔 채 차갑게 굳었다. 그리고 마지막 한마디가, 고요를 가르듯 흘렀다. “그 손끝이, 이 세상을 무너뜨릴 수도… 다시 일으킬 수도 있겠지요”
작품 정보
〈서역의 검과 황금빛 살〉은 이벨라 작가의 로맨스판타지 웹소설이다.
조아라에서 연재 중이다.
연재 시작은 조아라 2025년 10월 13일이다.2026년 10월 16일 기준 연재 회차는 조아라 9화다.

